북한 주민 치료 차단돼 아쉬움

입력 1999-10-11 15:00:00

"다 같은 우리 강산인데 늘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지"

일년에 네 번 있는 휴가차 지난 2일 잠시 '귀국한' 현대아산 금강산병원 선우 영(鮮于 瑛· 62)원장은 지난해 11월 가깝고도 먼 북한땅인 장전항에 첫발을 내디뎠을때의 느낌을 이렇게 털어놨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다 금강산관광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서 일할 의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흔쾌히 지원했다는 선우원장.

평양 태생으로 해방 뒤 가족과 함께 월남,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선우원장의 '역마살'이 시작된 것은 지난 69년 군의관 시절 '정말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에 베트남 참전을 지원하면서부터.

제대후 잠시 종합병원에 근무하다 지난 73년 외무부의 아프리카 파견의사 모집에 지원, 부인과 어린 두 아들을 남겨놓고 홀로 아프리카로 떠나면서 그의 떠돌이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91년 귀국 때까지 18년동안 중앙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을 옮겨다니며 진료를 했던 그에게 먼지 풀풀 날리는 도로와 정글, 아들의 병을 고친 원주민이 발에 키스세례를 퍼붓던 일, 한밤중에 랜턴을 밝혀놓고 환자를 치료하던 일 등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는 호칭을 한사코 마다하는 그는 귀국후 강원도 철원에서 잠시 개업을 했다가 다시 아프리카 근무를 지원했으나 주위의 권유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전남 완도로 내려갔다.

요즘은 매일 아침 7시면 숙소가 있는 장전항에서 10㎞ 떨어진 온정리 병원까지 앰뷸런스를 타고 출근, 작업중 다친 현대 직원들과 금강산 관광에 나섰다 발병한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저문다.

일부 안내원과 기관원 말고는 북한주민과의 접촉이 차단돼 있지만 올해초 건설근로자 위로공연중 다쳐 치료를 받은 한 북한 서커스 단원이 아버지처럼 따를 때는 가슴 저미는 감동을 맛보기도 했다.

환자이송 때도 반드시 북측 안내원을 동행해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선우원장은 "남북한 사이에 가로놓인 커다란 장벽을 허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북한주민을 자유롭게 치료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 양구 집에서 부인과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는 그는 오는 12일 다시 금강산 관광객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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