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는 10대의 안식처 푸른 초장

입력 1999-10-08 15:32:00

'이곳에만 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푸른 초장은 저의 안식처예요' '우리 교회는 지금 지하실에서 예배를 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성전을 건축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너무 괴롭습니다. 저에게 도움주실 분 연락해주세요'

10대들의 사랑방, '푸른 초장'의 창문에는 이런 사연들을 담은 쪽지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자신의 기도제목 공개부터 사춘기시절의 괴로움과 방황의 호소, 핑크빛이 살짝 감도는 사연까지 그 내용은 백인백색(百人百色).

'신앙'을 구심점으로 이처럼 다양한 생각을 가진 10대들을 감싸안는 자유지대'푸른 초장'이 기독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구시 중구 공평동 옛 국세청 맞은편에 위치한 '푸른 초장'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이맘때.

하나님을 아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정혜련씨가 기독서점옆 10여평의 공간을 마련한 것. 6개 테이블과 피아노, 텔레비전까지 갖춰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이 찬양하고 기도하며 자유롭게 교제할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오후6시부터는 '찬양과 말씀'의 시간도 갖는다.

간단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한 음료수 코너도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자신이 원할 경우 금액에 관계없이 헌금하면 된다.

이후 입소문이 퍼져 하루에 30~40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대구백화점 폐점 후 정문 앞에서 찬양을 부르는 중고생들의 모임인 '대구연합' 'S·E'의 모임이 있는 화·토요일엔 100여명의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룰 정도.

하지만 정대표가 지난 3월 퇴직,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데다 마땅한 수익사업이나 외부의 지원이 없는 탓에 올들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벌써 5개월째 월세도 내지 못한 형편.

정대표는 "기독 청소년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 다양한 청소년 전도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푸른 초장'이 문을 닫을 형편에 이르러 너무 안타깝다"며 청소년들과 교계의 관심을 당부했다. 문의 018-535-1265.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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