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새 천년과 홀로 어르신

입력 1999-10-06 00:00:00

두차례의 세계대전, 눈부신 경제성장, 기록적인 문명발달등을 가져온 격랑과 격변의 20세기도 이제 채 90일이 남지 않았다.

바야흐로 새 천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온 세계가 새 천년맞이 행사준비로 벌써부터 시끌벅적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금세기보다 더 나은 도약과 발전을 위한 희망과 꿈의 축제를 마련 중이다.

뉴 밀레니엄… 새로운 천년…. 누가 맞이하게 만들었을까?

그저 하염없이 흘러버린 세월이 가져다 준 선물일까? 아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좌표에서 곰곰히 생각하면 이른바 '실버 세대'들의 피땀어린 결정체의 산물로 치부하는 게 옳지 않을까.

지난 2일은 제3회 노인의 날.

◈'왕따' 당하는 실버세대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몇가지 행사를 치르고 지나쳤다. 반짝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했던 요 며칠새 날씨처럼 '냉랭하게'….

떠오르는 '태양'도 가슴 벅차지만 지는 '황혼'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인구(65세이상)가 올해 현재 전체인구의 6.8%까지증가했다. 인구 14.7명당 1명이 노인이라는 계산이다. 경상북도의 노인인구도 점차 늘어 도(道)전체인구 278여만명의 10.5%인 29만2천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20세기 끝자락을 이끌고 온 주역인 노인들이 시쳇말로 '왕따'당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에 대한 복지대책은 IMF체제로 들어선후 경제회복이란 명분에 밀려 점점 뒷전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 또한 안타까운 노릇.

◈복지대책은 되레 뒷걸음질

노인들은 그동안 산업화의 주춧돌로,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급속한 현대화 물결에 휩쓸려 가정과 사회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

그들은 어느새 가난과 질병과 소외라는 굴레속에 갇혀 신음하는 신세로 바뀌어 버렸다.

2년전 'IMF태풍'이 몰아치면서 노인 아닌 노인인 '중년노인'(55~64세)도 양산돼 있는 게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직장에서 쫓겨나 무력감에 빠지고, 가정에선 자괴감에 빠져 눈치보고, 정부에서 주는 복지혜택은 '연령미달'로 못받고….

오갈 데 없는 이들 '중년노인'들에 대한 대책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이 있다.

◈노인, 결코 짐일 수 없다

장자(莊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따르면 접여(接輿)라는 기인이 공자의 문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으로 돼있다.

"산의 나무는 소용에 닿으므로 베어지는 것이어서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인 셈이다. 기름은 불을 당기는 경우 밝은 빛을 발하므로 등불로 이용되는 것이어서, 이 또한 스스로 저를 태우는 셈이다. 또 옻은 칠하는 데 유용하기에 상처를 입는 것이다. 이것들이 몸을 망치는 것은 모두 유용한 탓이건만, 사람들은 유용의 용(用)은 알고 있으면서도 무용의 용(用)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다"

아무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도리어 크게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사회의 하나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노인들을 대접하는 데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겠지만 소홀히 지나쳐서는 안될 일이다.

컴퓨터를 배워 실생활에 활용, 정보화사회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노인들의 경륜과 지성, 노하우 등을 새천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젊은 세대'들의 창조력과 '실버 세대'들의 노련미를 아우르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성, 새 천년맞이는 더욱 찬란해 질 것이다.

노인. 그들은 우리사회의 한 바퀴이지 결코 짐이 아니다. '홀로 어르신'이 되지 않는 세상을 펼쳐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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