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습격사건

입력 1999-10-02 14:03:00

깡패 4명의 하룻밤 동안의 주유소 습격 이야기다.

"왜 주유소를 터느냐?"고 물으면 자막은 "그냥"이라고 적는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주고 받는 깡패들. "뭐 재미있는 일 없나?" "심심한데 주유소나 털지 뭐"

주유소엔 늘 불안한 뭔가가 있어 보인다. 성냥불에도 터져 버릴 화기(火氣)가 도사린 공간. 김상진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은 도심의 한 주유소를 배경으로 일촉즉발의 '나이트 코미디쇼'를 연출한다.

쇼의 주인공은 노마크(이성재) 무대포(유오성) 딴따라(강성진) 페인트(유지태). 주유소엔 탐욕스런 사장과 주유원 건빵과 샌님이 일하고 있다. 돈을 달라는 이들의 요구에 사장이 '오리발'을 내밀면서 습격은 장기전으로 돌입한다.

자장면을 시켜먹고, 기름도 넣어준다. 반항하면 인질로 잡고, 맘에 안들면 두들겨 팬다. 여기에 폭주족 검거에 나선 경찰과 철가방 조합원들의 복수극이 벌어지면서 평화롭던 주유소는 난장판이 돼버린다.

모두 32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 영화에서 사람다운 이름은 하나도 없다. 샌님·양아치·깔치·건빵에 주유소를 스치는 사람들 역시 '마티즈 사내''레간자 아가씨'다. 산만함을 방지하기 위해 인물특징을 압축시킨 것이다.

한정된 공간, 4, 5시간이라는 영화속 리얼타임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1천400여컷의 빠른 편집을 시도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돈을 갖고 튀어라''투캅스 3' 등 코믹액션에서 보여진 김상진감독의 겉도는 듯한 인상은 여전하다. 웃기는 솜씨가 알싸하지 못하다.

왜 주유소를 터는지에 대한 설명도 코미디에 녹아들지 못한다. 나름대로 권위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과 기존 체제에 대한 반항도 엿보이지만 관객의 마음을 가득 채워 넣기에는 주유기가 가늘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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