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애물단지 축의금

입력 1999-10-02 14:45:00

결혼과 이혼을 가장 간단하게 또 신속하게 할수 있는곳 중의 한 곳이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아닐까 싶다. 결혼후 48시간이 경과하면 신랑 신부 양측 누구든 먼저 이혼을 제의하면 '신속결혼'못잖은 '조속이혼'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이곳엔 주례자와 결혼예식복, 사진촬영도구까지 아예 갖춰놓고 '신속결혼'고객들을 맞는 곳이 많다. 물론 미국 국적취득의 일환으로 이 '결혼풍속'이 악용되기도 하지만. 우리 결혼문화중 가장 문제는 말도, 탈도 많은 축의금이다. '고지서'로 대개 생각하는게 청첩장을 받는쪽 입장, 그건 썩내키는 맘이 아니다는 부정적이라는게 솔직한 표현일게다. 주말 휴일의 시간활용도 그렇고해서 아예 은행 온라인 번호를 청첩장에 기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쯤되면 이건 '축의'가 아니라 수금인 것과 동시에 쌍방 '모욕적'돈거래일 뿐이다. 한술 더떠서 청첩장을 아예 팩스로 일괄 보내는 어느 관가도 있다 이에 대응할 축의금 풍속도도 얕게 변하고 있다. 그 대응의 백태를 보면 본인이 사회를 봐야하는 친구결혼식과 겹쳤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압권이다. 또 평소 친밀도을 점수화했다가 1만원에서 3만원까지 내는 경우, 아예 개인 액수를 눙치는 '공동명의 축의금'등등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꼭 이런 결혼을 해야하고 내키지 않는 축의금을 때론 '보험'드는 식으로 내야 하는지 딱한 우리에 결혼풍속도이다. 설상가상으로 어느국회의원 딸 축의금에 증여세를 부과 하는게 옳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상부상조'에 과세라니 야박하고 너무 법논리에만 치우친 냉혈적 판결이란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어쩌다 우리사회의 미풍양속이 이렇게까지 추락했는지 서글픔마저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부조금 속에 YS가 보낸 500만원도 있다는 사실에서 고관·부유층의 '상조'의 범위를 일탈, '모금'에 가까운 고액 거래에 당연한 판결이란 생각도 든다. 또 '고지서야?'하는 청첩풍토가 계속되는 우리 결혼문화는 분명 이시점에서 축복받는 의식으로 바꾸는 묘안이 모색돼야 할 한계 상황에 왔다는 사실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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