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청소년문화센터 자원봉사자들

입력 1999-10-01 15:10:00

"고민많고 방황했던 시절, 마음의 위안을 찾았던 곳에서 자원봉사 할 수 있어 기쁩니다"

자생단체인 대구청소년문화센터(중구 봉산동)가 중·고교생들을 위한 문화생활과 놀이공간으로 자리잡은 데는 '일꾼'이라고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이 노력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이나 20대 초·중반의 직장인들.

'일꾼'들은 중·고교 시절 이곳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도움과 지도를 받으며 동아리나 봉사활동을 한 '전력'을 갖고 있다. 원장인 안미향(29·여)씨도 같은 '출신'.

몇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일꾼'의 역할을 이어 받은 셈이다.

28일 오후 대구청소년문화센터. 학교 공부를 마치고 온 중·고생들과 '일꾼'들은 오는 11월6일부터 2일 동안 개최할 학생의날 맞이 '1318 나라사랑'이란 청소년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일제시대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집체극, 풍물공연, 가요제 등의 행사를 멋지고 실수없이 치르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일꾼'들은 거의 매일 강의나 직장일이 끝나면 이곳으로 출근한다. 평일에도 방과후 딱히 갈곳이 없는 중·고교생들이 항상 찾아오기 때문이다. 도서정리, 실내청소에서부터 시작해 이곳 회원인 90여명의 중·고생들의 동아리 활동 지도 등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일꾼'들이 맡은 동아리는 독서토론, 신문스크랩, TV모니터, 만화, 봉사반 등 8개.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동생'들에게 창피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예습 철저'는 기본이다. 요일별 테마프로그램, 방학 중 열리는 대안교육프로그램인 '틈새학교' 준비 등등. 부족한 주머니사정에 중·고생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용돈도 바닥나기 일쑤다.

'동생'들과 함께 지내는데 어려움도 많다. 이상호(22·경북대 휴학)씨는 "중·고생들의 문화나 성향을 이해하고 세대차이를 극복해 함께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PC게임방, 노래방 이외에는 시간을 보낼 곳이 없는 중·고생들에게 또래끼리 어울려 생활하고 같이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늘'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홍효정(19)양은 "중·고교생때 이곳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이기적인 성격을 바꿀 수 있게 됐다"며 "그때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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