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 '기타맨' 김순호씨 이색공연

입력 1999-10-01 15:40:00

"봉사라구요? 아니예요. 제가 얻는게 더 많아요. 항상 기쁘게 맞아주는 친구들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기타를 메고 신체장애자들이 사는 포항 성모자애원과 성모병원 정신병동을 찾아가는 김순호(41.포항제철소 화성부)씨. 김씨는 매주 한차례 서너시간씩 이곳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는 일을 8년째 계속하고 있다.

오전7시, 오후3시, 밤11시 등 퇴근 시간이 수시로 바뀌는 제철소 현장 교대근무자인 김씨. 그만큼 힘든 작업장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여서 몸이 천근만근일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 일을 시작한 이후 그의 기타출석부는 '8년 개근'이다.

"노래도 제대로 부르기 힘들고 박수도 잘 못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가 도착할 때를 맞춰 문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을 그 곳 친구들을 생각하면 피로나 근심은 싹 가시고 만답니다"

지난 92년초 자신의 '유일한 재주'인 음악을 통한 봉사를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갔던 곳이 정신병동. 두렵고 떨리는 마음에 찾아갔지만 지금은 이곳이 가장 아늑한 휴식처가 됐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지지리도 돈 안되는 일만 골라 한다"는 핀잔도 있었지만 이제는 영천 나자렛마을을 비롯, 노인대학, 양로원 등 '활동무대'도 더욱 넓혔다. 또 뜻을 같이 하는 친구도 늘어 색소폰 주자 전정완(39.포철 제강부)씨와 기타를 치는 민구식(46.포철 냉연부)씨가 근무조를 맞춰 함께 나서기도 한다.

연말연시 등 특별한 때가 아니면 찾는 사람의 발길조차 뜸한 상황에 익숙해진 수용시설 원생들. 그러나 성모자애원 원생인 한 30대 중반의 신체 장애인은 "무더운 여름날 바지 밑단까지 땀을 흘려가며 같이 놀아주는 모습에서 우리들의 유일한 친구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60대의 맹인 할머니도 "아저씨(김씨를 지칭)가 찾아오는 목요일만 기다린다. 일주일 내내 목요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이곳 친구들이 바라는 것은 돈이나 물품이 아닙니다. 관심과 우애라는 것을 8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에야 비로소 느낍니다" 30일 오후 공연을 마치고 성모자애원에서 오후3시 출근길을 서두르는 김씨는 노래봉사가 자신의 숙명이라면서 평생봉사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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