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비아그라 신드롬

입력 1999-10-01 14:09:00

우리나라에서도 비아그라가 공식적으로 시판됐다.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약국에서 비아그라를 살 수 있다. 적어도 내년 7월 이전까지는 의사의 처방 없이 약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무엇보다도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정력제보다도 남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상황이든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비아그라의 시판에 거는 우리의 기대와 불안은 남다르다.

우리 나라 남성들이 노소를 불문하고 유난히 정력제에 집착하는 것은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우리는 6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가족계획을 실시하면서 콘돔과 피임약의 위력을 경험했다. 여성들이 성행위에 따르는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남녀관계에서 성적 쾌락을 기대할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된 것이다. 여성들은 성적 만족을 상대에게 제공하는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로부터 받기를 기대한다. 이는 다수의 남성들이 찬양은 하지만 감당해내기엔 벅찬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었다. 이제 남자들은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불안해하면서,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정력제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힘있는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남성들에게 오히려 무력감을 유발시켜 조루증의 공포에 시달리게 만들었다. 그 결과 생활이 다소 풍요로워진 80년대부터 몸에 좋다는 것이면 무엇이든 정력제로 귀착시키는 특유한 시대적 경향이 생겨났다. 장사꾼들은 이러한 남성들의 편집증적 광기를 이용하여 다양한 정력제를 만들어냈다. 전통적인 해구신이나 뱀 외에 각종 몬도가네식 식탐품목들이 등장했다. 비아그라는 이러한 남성들의 정력제 편력을 종식시킬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성욕과 관련된 남성들의 광기는 그 부작용조차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 것이다.

여기서 불안해진 것은 오히려 가정주부들이다. 향락산업이 번창한 상황에서는 남성들이 성욕의 분출구를 자기 부인에 한하지 않고 젊은 파트너에게로 돌리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특히 50대 이상의 남자들이 폐경기의 아내 대신에 젊은 여자를 원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아그라가 신이 내린 선물이 될지 소돔과 고모라의 재판이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이는 진정으로 남성의 도덕성에 달려 있다. 남성 태도에 기본적인 변화 없이 비아그라 신드롬을 해소할 길은 없는 것이다.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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