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구조조정은 속임수

입력 1999-10-01 00:00:00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먼저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앞장서 왔다는 그동안의 홍보가 허구임이 드러났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정부투자기관의 1년6개월에 걸친 구조조정결과는 정부의 구조조정의지가 굴절되거나 왜곡돼 시늉만 낸 눈가림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대한주택공사등 정부투자기관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했다고하나 98년말 현재 부채총액이 68조9천5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17.7%나 늘었다. 13개 기관별로는 2개를 제외하고 모두 부채비율이 늘어났는데 특히 한국토지공사는 50.8%, 대한석탄공사는 47.1%나 늘어 엄청난 부채증가율을 보였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주택건축사업과 사회간접투자 사업의 조기진행으로 부채가 늘어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으나 근본적으론 공기업 임직원들이 임자없는 돈챙기기식의 방만한 운영을 해온데 원인이 있다. 경제위기이후 민간 기업들은 퇴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는데 공기업들은 기준급여를 민간기업의 최고 5배에 이르는 누진율을 적용하고 근속연수도 실제의 2.4~4.5배나 늘려 준다는 것이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명예퇴직금제도까지 과거 그대로 운영, 20년근무 부장급의 퇴직금이 무려 10억원에 가깝다는 것은 국민의 기업이라할 수 있는 공기업이 부채가 늘든 말든 임직원들의 사익만 채우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인력감축에서도 주택공사 등 건설교통부산하 투자기관의 경우 작년 한해 동안 20~42%를 줄여 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상당부분 과장됐다는 것이다. 주공은 2천492명을 감축했다지만 감축인력의 70%를 자회사에 취직시켰고 수자원공사도 정원의 20%이상 감축했다지만 실제론 16%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하위직 편중의 인력감축을 단행해 공기업 경쟁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인력채용과 예산 사용면에서 당해 공기업을 사장의 선거운동기구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라면 국민부담으로 세운 공기업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짐작케한다.

재벌개혁과 기업.금융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는 정부가 산하 공기업구조조정을 임직원들의 돈잔치속에 빚만 불려가는 방향으로 후퇴시킨다면 경제살리기는 고사하고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것 같다. 엔고(高) 등 외부환경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을 보인다고해서 공기업 구조조정을 이렇게 방치해선 안된다. 종국적으로 구조조정없이는 경제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동안 공기업의 감독을 맡은 정부부처에 책임을 물어야하고 공기업 구조조정은 민간기업의 개혁을 독려하기에 앞서 열번이라도 확실히 실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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