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음악여행-가을맛 내는 바흐 '커피 칸타타'

입력 1999-09-30 14:05:00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창밖에는 쓸쓸한 가을의 풍광이 흐른다. 한껏 계절의 심상에 취한 당신에게 커피 만큼 훌륭한 파트너가 또 있을까?

세속적인 상념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는 바흐가 놀랍게도 '커피 칸타타'라는 작품을 남겼다. 사실 '바흐(bach)'라는 이름이 독일어로는 '실개천'이란 뜻이니 어설픈 성명학으로 유추해 보면 다분히 낭만적인 성향을 종교적인 엄숙함 속에 감추고 있던 인물은 아니었을까.

'커피 칸타타'로 불리는 칸타타 '가만히, 소리내지 말고'(BWV 211)는 바흐의 작품중에서도 가장 세속적인 것으로, 당시 커피 마시기가 대유행이었던 라이프치히 사람들을 풍자한 노래다. 독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온 것은 1670년대. 이후 '커피 칸타타'가 작곡된 1723년 즈음에는 독일 의사들이 '여성이 커피를 마시면 불임이 된다', '얼굴색이 검어진다'며 만류했을 정도였다니 그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커피 칸타타'는 총 10곡의 레시타티브(recitative:오페라 등에서 가사를 이야기하 듯 노래하는 부분)와 아리아, 3중창으로 구성돼 있다. 한 아버지가 커피에 중독된 딸을 아무리 말려봐도 소용이 없자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시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영악한 딸은 아버지 몰래 '커피를 허락하는 사람에게만 청혼을 받겠다'고 남자들에게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끝내 커피를 포기하지 않는 여자들을 '쥐잡기를 포기하지 않는 고양이'에 비유한 결말이나 아버지의 한스런(?) 레시타티브 '이 망할 자식, 몹쓸 딸년같으니'처럼 우스꽝스러운 곡들이 대부분. 그러나 소프라노의 아리아 '아, 커피맛은 정말 기가 막히지'처럼 진한 커피향과 함께 음미할 만한 것들도 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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