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파묻힌채 잊혀져가고 있었던 노근리양민학살 사건의 전모가 외신에 의해 밝혀진 것은 충격적이다. 6·25전쟁 초기인 50년7월26일부터 29일사이 충북 영동읍 주곡리와 임계리 주민 500여명이 미군 지시에 따라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위에 집결한 것을 미군기 2대가 기총소사 하는 등 200여명의 목숨을 앗았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군 문서와 관련자 증언을 토대로한 기사에서 '양민을 적군으로 취급하라'는 상급부대의 지시를 받고 일선 미군들이 양민을 고의로 학살했음을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인민군도 빨치산도 아니었다"며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노근리 피해자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가 49년만에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실상 피해자의 유족들은 우리정부와 미군정부를 상대로 그동안 진상 규명과 피해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미군당국은 사실 자체를 부인해 왔다.
더구나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왔고 급기야 사건 진상은 1년여동안 이 문제를 추적해온 외신에 의해 밝혀졌으니 참으로 부끄럽다. 역대 정권은 노근리의 비극이 우리의 우방국인 미국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만으로 진상규명을 포기해오다시피 했으니 이것이 어찌 주권 국가로서의 취할 바 자세인지 반성할 일이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사건의 진상을 규명키 위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또 미국 정부도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에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며 공식적으로는 유족들에 사과하는 아량을 보일 것을 기대한다.
흔히들 한·미 양국은 혈맹관계라 하거니와 양국의 우의가 두터울수록 미국은 대국의 금도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신원(伸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거창 학살사건 등 6·25의 참화속에 빚어진 양민학살사건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들은 어느 정도 진실이 규명된 가운데 관련법이 제정되거나 각종 위령 행사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신원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노근리 비극'만은 이제 겨우 비극의 일부가 언론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했을뿐 사건의 전모는 아직 감감하다.
그런만큼 어떻게 그런 비극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가능한 최대한의 보상을 미국으로부터 어떻게 받아낼는지 발빠른 조처가 필요함을 재삼 강조한다.
우리는 미국이 6·25때 보여준 혈맹의 우의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것은 혈맹의 우의와는 별개임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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