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나이드는 것의 미덕' 펴내

입력 1999-09-29 14:17:00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수필집 '나이 드는 것의 미덕'(끌리오)에서 살아가는 얘기를 담담히 털어놨다.

카터의 올해 나이는 75세. 지난 81년 현직에서 물러난 그는 부인 로잘린 여사와 함께 평범한 시민으로서 만년을 보내고 있다. 즐기는 취미는 플라이 낚시와 목공,조깅, 자전거 타기, 테니스, 스키. 이렇듯 평이한 생활을 하면서도 한반도 문제 해결사로 나서는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어디든 기꺼이 나선다.

팔순이 얼마 남지 않은 카터는 나이 드는 것을 '특별한 은혜'이자 '존경할만한 품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그중 한 일화. 백악관을 떠난 얼마 뒤였다. 고향 플레인스로 돌아온 카터는 한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다가 일행 네 사람 중 자신의 계산서 금액이 가장 적은 사실을 알고 여종업원에게 뭔가 실수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자리에 있던 작업복 차림의 노인이 "대통령 양반, 계산서가 잘못된 게 아니라오. 다만 이 음식점은 오전 8시 전에 노인들에게 커피를 공짜로 준다오 "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는 것이다.

카터는 이 책에서 행복하게 늙어가는 비결을 찾고 있다. 그리고 멋진 노인이 되는 방법에 대해 지극히 평범한 언어로 들려준다.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젊은이들이 자신의 황금기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역설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 먹는 과정에서 성숙해가기보다 인생을 허비하는 경향이있다. 인간의 야망은 자주 분노와 시기, 갈등, 고통, 좌절, 자기불신 등을 일으키며 내면의 평화와 기쁨을 앗아간다는 얘기다.

카터 자신도 쉰여섯의 나이에 백악관을 떠나면서 전에 없이 비참했다. 세상 사람이 자신의 부끄러운 패배를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실직'이 더욱 가슴아팠다.아내는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과 분노에 시달렸고, 풍성한 수확을 거두곤했던 농장은 100만 달러의 빚만 남겨놓고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카터는 지금 달관의 자세로 늙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행복의밑바탕은 다름아닌 가족이며 늙음이 나이에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도 체득하고 있다.나이 든 마흔 살보다 젊은 일흔 살이 훨씬 나을 수 있음도 깨달았으며 단순한 삶을영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복잡한 문제라는 사실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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