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정신 담긴 장학금

입력 1999-09-28 14:33:00

28일 오후 2시 대구 계성중 교장실. 조촐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 학교에서 32년간 근무한 뒤 지난 88년 정년퇴직한 김환태(77)씨가 불우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매년 10명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게 될 장학회의 이름은 삼일장학회로 붙여졌다. 일제시대 3·1운동 때 계성중 3학년생으로 독립선언문, 태극기 등을 제작해 배포하다 일경에게 붙잡혀 옥고를 치른 뒤 작고한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달라는 김씨의 당부에 따른 것.

8세 때 부친을 여읜 김씨는 어려움 끝에 지난 57년 계성중에서 교직에 몸을 담았다. 어느 정도 형편이 나아진 뒤에도 그는 항상 낡은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검소한 생활을 계속해 계성중 교사들 사이에는 아직도 찬사가 남아 있다. 근무시간에는 교사로, 짜투리 시간에는 농부로 땅을 가는 부지런한 생활을 하면서도 농어촌에 교회를 건설하는 데 여러 차례 기금을 보태는 등 주위 돌보는 일에는 언제나 앞장섰다.

장학금으로 전달한 1억원도 국가유공자 유족에게 나온 보상금에 자신의 쌈짓돈을 보태 마련한 것. 전교생 앞에서 전수식을 갖자는 학교측의 제의에 대해서도 김씨는 선친의 유지를 내세워 완강히 거절, 교장실에서 간소하게 치르게 됐다.

아직은 모두가 힘든 경제난 시대, 적잖은 돈을 내놓으면서도 김씨의 바람은 "누군가 알아줄 필요도 없고 그저 가난한 학생들이 패기를 잃지 않고 공부하는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하는 것 뿐이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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