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법대로'해봅시다

입력 1999-09-27 14:06:00

우리 회사에 자주 들리는 보험회사 여직원은 보험계약을 얻어내기 위해 장기전략을 세운 것 같다. 신문·잡지·사보 등에서 경제와 관련된 재미있는 글이나 정보들을 골라 정기적으로 보내준다. 'OK, 기회가 있으면 당신과 계약을 하지'나는 이렇게 생각을 굳히고 있다.

그이가 보내준 글 가운데 재미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떤 사람이 2층에 위치한 이발소에 누워 면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깥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 '끽, 꽝'소리에 면도하던 사람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 순간 면도칼에 얼굴을 베어 상처를 입었다. 이 경우 자동차 운전자는 면도하던 사람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는가? 우리 법은 참으로 잘 되어 있다. 결론은 '있다'이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으므로'상당인과관계'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의 글을 자꾸 인용하여 미안하지만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주차문제로 시비를 하던 중 한 사람이 험악한 표정으로 심한 욕설을 하자 상대방이 충격을 받고 졸도하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가해자의 험악한 표정, 욕설과 피해자의 졸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며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개인과 개인간에 인과관계를 따져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법이 훌륭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정부와 개인간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일터.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시민들은 정부가 억장이 무너지는 짓을 할 때는 '인과관계'를 따지는데 주저하지 말아야할 것 같다.

삼부파이낸스 사태로 넋을 잃은, 그 신문에 난 아주머니, 요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금융감독위원회가 "투기는 각자 책임, 우리는 아무 관련없습니다"라고 오리발을 내밀더라도 금융전반을 감독 감시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무언가를 소홀히 했으니 그 모양이지 어찌 그리 되겠느냐고 삿대질도 하고 따져보기도 합시다.해마다 수해를 겪은 수재민들, 도대체 무슨 예방조치를 했다는 것이며, 수해가 난지 언제인데 아직도 보상예산집행도 제대로 하지 않고 꾸물거리는 그 따위 행정이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를 높여봅시다. 아니 '법대로'해 봅시다.

말이 좋아 공적 자금이지 따지고 보면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낸 세금인데(옛날부터 血稅라 했다) 엉뚱한 구멍에 뭉텅뭉텅 쏟아넣고 종당에는 제일은행같이 헐값에 외국에 팔아치우는 데 따끔하게 대응할 무슨 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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