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대지진 현황

입력 1999-09-27 14:48:00

지진은 타이완(臺灣)의 땅을 갈라놓았지만 세계인의 마음은 하나로 이어주었다.

9.21 대지진으로 2천여명이 희생된 타이완(臺灣)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파견된 구조대와 지원단, 현지 행정당국과 군, 민간인 자원봉사자 등이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강진(强震)이 엄습한 타이중(臺中), 난터우(南投) 등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변해버린 건물과 끊어진 도로의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진(餘震)의 공포가 떠나지 않았지만 복구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됐다.

식수공급이 부족한 때문인지 거리에서는 '20ℓ=30圓(한화 1천8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물통을 싣고 다니는 트럭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 공원과 학교 운동장에는 임시 구호소와 이재민들이 임시로 거주하는 천막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국 119구조대와 함께 도착한 타이중(臺中)현 따리(大里)시 시엔따이루(現岱路)는 12층 짜리 대형 아파트 2동이 붕괴돼 많은 인명피해가 난 곳.

이 지역에서는 한국 119 구조대원 16명과 일본인 구조대 100여명, 스위스와 프랑스 구조대원들이 구역을 나눠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아름다운 경쟁을 벌였다.타이완 해군 육전대와 공병대 소속 군인 200여명도 밤샘 구조작업으로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일부는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누워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외국구조대가 나타나자 이내 대열을 갖추고 필요한 장비를 지원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25일 따리시 진빠리(金巴黎) 아파트 붕괴현장. 연못을 매립한 연약지반 위에 지었다는 12층짜리 아파트가 폭격을 맞은듯 폭삭 주저앉았고 아직 발굴되지 못한 희생자의 하반신이 건물 잔해 사이로 노출돼 있었다.

지진발생 100시간이 지나자 타이완 구난당국이 더이상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중장비를 동원한 본격적인 시신 발굴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생존자 탐색작업은 오전동안만 진행됐다.

삼성 3119구조대와 삼성의료원 의료진이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타이중현 둥스(東勢) 지역으로 가는 길은 지진이 남긴 상처가 다른 어느 곳보다 뚜렷했다.

삼성의료진이 임시진료소를 차린 마을 공원에는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100여개의 텐트를 쳐놓고 노천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은 인근에 캠프를 차린 타이완 군 의료지원단이 미덥지 못한듯 삼성 의료지원단의 텐트로만 몰려들었다.

진료소를 찾은 환자들은 주로 지진이 엄습할 당시 입은 외상과 야외생활에 따른 감기와 피부병, 정신적 불안증세 등을 호소했다.

도시지역에서는 비교적 신속하게 구호.구난 작업이 진행됐지만 시골 지역의 사정은 달랐다.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제공되는 구호물품의 배급도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된 난터우현 난강루(南港路) 현립 체육관에는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밝은 조명을 비추고 생수, 의류, 건전지, 응급의약품 상자 등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었으며 뚱쓰의 마을공원, 타이중시내 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에도 구호물품이 넘쳐나 이재민들이 '취향에 따라' 물품을 골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런 광경은 도시지역에 국한된 것일뿐 교통과 통신이 한동안 두절됐던 난터우현 시골지역의 경우 물품이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행정당국의 경직된 사고때문에 이재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음을 지적하는 현지 언론의 목소리가 지면에 등장했다.

지난 25일 오후 태풍 '캠'의 북상으로 영향권에 든 타이완 중남부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미처 천막을 구하지 못한 푸리 지역의 이재민들이 천막을 구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TV화면에 비쳤다.

이런 모든 고통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사람들은 이번 대지진을 통해 보여준 세계 각국 사람들의 관심과 인류애를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아파트 붕괴로 19살짜리 딸을 잃은 쑨쓰핑(孫思平)씨는 "먼 외국에서 파견돼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며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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