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산지점 장진태씨 돕기 화제

입력 1999-09-23 00:00:00

한국전력 경산지점 장진태(42)씨는 추석연휴를 앞둔 21일 여느때 처럼 맡은 운전 및 문서수발 업무를 열심히 하면서도 가끔씩 솟구쳐 오르는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하마터면 실직자 신세로 이번 추석을 맞을 뻔 했었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예전의 자리를 그대로 지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장씨가 지난 8월말 스스로 20년 직장에 퇴직원을 제출한 것은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빚진 4천여만원을 갚기 위해서였다. 퇴직후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하면 돈을 빌릴때 보증을 섰던 직장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퇴직을 결심했다.

지난 14년간 특수간결석에 걸린 아내 병간호에 헌신적이었던 장씨가 절망에 빠진 것은 지난해말. '간이식'이 마지막 희망이란 말에 단칸 월세방 신세에도 불구, 아내를 3개월간 미국으로 보내 검사를 받도록 했다. 가능하다면 자신의 '간'을 떼내줄 각오였다.

"그러나 병원측은 정밀검사 결과, 수술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퇴원을 요구했습니다. 혹시라도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병원측이 수술에 소극적이지 않는가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피폐해진 가정살림은 고교 1년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비롯한 4가족의 생계를 꾸리기도 벅찼다. 결국 딸은 미국에 있는 먼 친척에게 양녀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장씨가 퇴직신청을 했다는 소식과 그 배경을 전해 듣고 직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장씨는 밝고 성실한 자세로 원만한 직장생활을 꾸려왔기 때문에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퇴직을 간곡하게 만류하고 성금모금 운동을 주도한 김철수(49) 한전대구지사 노조위원장은 "곤경에 처한 장씨가 직장까지 잃는다면 그 가족은 도저히 불행의 늪에서 빠져나올수 없다는 게 직원 모두의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한전대구지사 13개 지점 1천165명의 직원이 모아 21일 장씨에게 전달된 성금은 1천880만원. 동료의 따뜻한 정성은 장씨가 급한 빚을 우선 청산하고 새삶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줄 알았는데 동료들이 무너져가는 우리가족을 지켜주었습니다. 더욱 성실한 직장생활로 은혜에 보답하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이번 추석연휴가 끝나면 한국전력 대구지사로 옮겨와 근무하게 될 장씨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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