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만 앞세운 건전재정 복귀

입력 1999-09-22 14:45:00

정부의 2000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5% 늘어난 92조9천200억원 규모로 확정되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와 적자재정관리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예산편성방향대로 예산규모를 내년도 명목경상성장률전망치보다 3%나 낮춰잡고 벤처·중소기업지원예산을 16%, 문화관광산업지원예산을 40%나 늘리는 등 과학·기술투자, 환경개선, 생산적 복지분야 등에 예산배정을 늘렸다. 새천년에는 각 분야에서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만들기위해 예산 투입에 신경을 써야할 곳이 숱한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여야하는 정부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긴축예산편성 주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입장에선 1인당 국세 및 지방세 부담액이 사상 최초로 200만원이 넘는다는 것과 3년간 국채발행에따른 빚이 72만원으로 불어난다는 현실 앞에 곤혹스러움을 느끼지않을 수 없다. 올해말 국가채무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몫을 모두 합쳐 111조5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23.1%에 이르고 외환위기가 터진 97년 말보다 이미 2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내년에 또 11조5천억원 규모의 적자보전용 국채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내년의 국채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줄여 당초 예상했던 균형예산을 2년 앞당겨 2004년으로 잡고 2005년부터 흑자재정으로 돌린다고 한다.

제시된 수치만으론 새천년에 대비한 투자와 건전재정회복의 의지를 엿보게하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다. 재정적자가 줄기보다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사업내용면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도 있지만 내년 선거를 앞둔 선심성 팽창예산으로 흐른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내년 예산이 올해 최종예산에 비해선 5%늘어난 것이지만 당초예산에 비해선 무려 9.4%나 늘어난 것이어서 실질적으론 긴축이라기보다 적자를 통한 재정확대정책을 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내년에도 추경예산을 한두차례편성한다면 적자는 또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내년의 세수목표치를 올해보다 9.7%나 올려잡은 것은 명목 경제성장률 8%, 물가상승률 2~3%로 내년경기를 낙관적으로만 보는 전제를 깔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불안, 대우사태로 인한 실물경제의 침체, 국제유가불안 등이 낙관을 허락지않는다. 경기가 의외로 침체하면 재정적자해소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이번예산안에는 경제성이 낮은 목포~광양 고속도로, 박정희 기념관지원, 공무원연금정부지원특혜, 공무원인건비 13%인상, 농어가부채보증 등 정치성·선심성 예산이 포함돼있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이들 문제가 합리적으로 다루어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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