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지진 엄습한 타이완

입력 1999-09-22 00:00:00

21일 타이완(臺灣)중부를 강타한 지진은 한밤중인 이날 새벽 1시47분(이하 현지시각) 첫 지진 이후 리히터규모로 최고 6.8의 여진이 1천여 차례에 걸쳐 무려 18시간동안 계속됐다.

타이완 지진사상 금세기 최악으로 기록된 이날 지진으로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들은 대거 거리로 뛰쳐나왔으며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인명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TV들이 타이완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타이베이에서는 철도역 근처 12층짜리 호텔이 주저앉으면서 인근 건물들까지 붕괴돼 130명이 매몰됐으며 전력공급 중단으로 타이완 증시 거래가 중단되고 3개 주요 수송로가 폐쇄됐다.

특히 진앙지 인근 풀리시(市)에서는 도시 건물 전체의 98%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지진으로 600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타이완 섬의 절반에 해당하는 북부 전역이 암흑세계로 빠졌고 타이중과 난터우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상태이며 북부 일대의 통신 및 교통 역시 지진에 따른 산사태와 교량 붕괴로 대부분 두절됐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난터우에서는 병원마다 시체가 넘쳐나고 있으며 병원측은 시신 부패방지를 위한 냉동기와 시신보관함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타이완 전력회사 대변인은 동부 산악지대의 수력발전댐 2개가 피해를 봤다고 밝혔으나 기술자들이 댐에 '비정상적인 징후'를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은 지진 발생 직후 성명을 발표, 주민들에게 침착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하고 신속한 피해복구 및 구호작업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리총통은 이어 샤오완장(蕭萬長) 총리와 긴급 회의를 가진 뒤 헬기편으로 난터우를 방문했다.

타이완 당국은 긴급 재해대책반을 구성해 구조활동에 착수했으며 피해 현장에는 일반 구조요원 외에 수천명의 군병력과 헬기, 군용 차량이 동원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타이베이 시내는 부상자들을 실어나르는 응급차와 붕괴된 건물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로 뒤덮이는 등 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특히 광둥(廣東), 저장(浙江), 푸젠(福建)성 등 타이완 섬을 마주보고 있는 중국 해안 지방과 홍콩에서도 강력히 감지될 정도였다고 중국 관리들이 전했다.

타이완에서는 지난 1935년 리히터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3천276명이 숨졌는데 이후 매년 10여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지금까지는 진앙지가 대부분 태평양동쪽 해저여서 피해가 크지 않았다.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지난 76년 중국에서 발생해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탕산(唐山) 대지진(리히터 8.3) 이후의 최대 강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이완은 알류샨 열도, 일본, 필리핀, 뉴질랜드, 칠레, 미국 서부 해안을 포함해 전세계 지진의 3분의 2가 집중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