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다고? 심심한데 너희 집에 가서 비디오나 볼까?" "오빠! 우리 집은 금남의 집이다. 절대 오면 안된다"
지난 17일 오후 2시20분.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여관골목 인근 주택가에서 20대 남녀의 전화통화 내용이 도청탐지장치에 잡혔다. 이들은 통화내용이 누군가가 자신들의 집에 설치해둔 도청기에 의해 고스란히 흘러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30여분간 애정어린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매일신문 기획취재팀이 서울의 도청방지 전문업체 스파이존(02-5445-119)과 함께 대구시내 일원의 도청기 설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역에서도 불법도청이 판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팀은 오후 1시 매일신문사를 출발, 5시간동안 수성.남.달서.중구 일대 주택가, 상가 등에서 모두 10여개의 전화도청기 설치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후 2시40분쯤 수성구 지산동 에서는 한 중년 여인이 신용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분실한 자신 명의 통장의 자동이체 계좌번호를 묻는 통화내용이, 모 아파트단지에서는 50대로 추정되는 두 여인이 딸의 중매문제를 놓고 벌이는 통화내용이 도청당하고 있었다.
특히 남구 대명동 서부정류장 인근 도로변과 모 스포츠센터 앞에선 2,3개의 도청전파가 한꺼번에 잡혀 이 일대에 불법설치된 도청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취재팀과 동행한 스파이존 대표 강현수(35)씨는"제한된 시간과 비가 많이 와 도청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상태를 감안할 때 도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에 사용된 탐지장치는 일명 올밴드수신기라 불리는 전파스캐너로 FM(70~80㎒) 및 UHF(300~600㎒)방식의 도청기에서 흘러나오는 전파를 잡는 역할을 한다.정부가 '국민의 사생활 보호는 국민의 정부가 추구하는 으뜸 과제'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지 11개월. 불법도청은 여전히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어 비밀과 사생활을 훔치고 있었다. 金辰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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