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사 뉴스 앵커 ㅂ기자는 우리가 술자리 같은 곳에서 곧잘 쓰는 "야! 지방방송 좀 꺼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웃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의 얘기는 진지하다. 자기네 방송이 혹시 '꺼지면'어떻게 하나라는 밥그릇 걱정이 아니다.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좌중의 화제와 관심을 흩지 말자는 뜻이다. 그러나 ㅂ기자는 그 소리가 지방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의미로 들린다는 것이다. 지방화 시대라고 하면서 왜 스스로를 폄하(貶下)하느냐는 볼멘 소리다.
그렇다.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방적으로'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지방화 시대는 아직 멀었다. 국가가 자신의 권한을 넘기는 일은 여전히 인색하기 그지없고, 돈도 사람도 권력이 있는 중앙으로만 몰리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방이 자기 운명을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헤쳐 나가고자 하는 포부와 결의가 모자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방방송 꺼라'는 말은 농담으로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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