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개방화시대를 맞아 우리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유일하게 경쟁력을 가질수 있는 분야는 품질이다. 우량종자에 바탕을 둔 품질 경쟁력이야말로 우리농업의 대외 경쟁력과 발전가능성에 기본이 된다. 옛날부터 우리조상들은 "종자가 농사의 절반이다"고 하였으며 과학과 기술이 발달된 오늘날의 선진국에서도 "한알의 종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고 있다. 지난 9월6일부터 8일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세계각국의 종자전문가, 국제기구 대표자, 정부 및 민간업계 관계자 약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종자회의가 개최되었다. 금번 세계종자회의에서는 더욱 악화되어 가는 인류의 식량 부족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종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종자산업을 미래의 유망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종자 개량, 신품종 육성자 보호, 종자 검증제도 확립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다가오는 21세기에 더욱 심각해지는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종자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회의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전자원을 이용한 식물의 개화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종자산업은 과거와 같은 식물육종 중심의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식물육종은 물론 유전공학, 식품, 약품, 전기, 기계 등 과학과 기술이 수반되는 복합산업이다. 최근에는 첨단유전공학과 최신 경영기법이 가미되어 미래의 가장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세계 전체의 종자시장 규모는 약 500억불 수준이나 종자관련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포함한 시장규모는 천문학적 규모이다. 특히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실용화에 따른 종자부문의 부가가치와 중요성은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종자산업을 두고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국가차원의 지원과 관리를 해오고 있다. 민간 종자회사의 육성, 연구개발과 기술투자 확대, 신품종 육성자 권리 보호, 국제규범 제정에 국가가 앞장서 왔다. 신품종 개발에 기초가 되는 자원수집에도 역점을 두어 이미 중요한 자원은 거의 수집을 완료한 상태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적 여건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 국내 굴지의 종자회사인 흥농, 중앙, 서울 등의 종자회사가 세미니스, 노바티스 등 선진국의 다국적 종자회사에 흡수되었다. 막대한 자본과 세계적 판매망을 갖춘 이들 다국적 종자 기업에 의한 국내회사 인수는 단기적으로 종자의 기술개발과 연구투자 확대, 수출촉진 및 국내시장의 체질개선이 기대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종자가격의 상승이나 우리농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배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발달된 우리의 육종기술이나 고귀한 국내자원의 해외유출이 염려된다.
외국 종자기업에 의한 국내 종자회사의 흡수·합병으로 우리의 자원이 얼마나, 어떻게 해외로 유출되는지 모르며 해외유출 자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 한번 소실되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유전자원 보전과 활용을 위해 국가적 관리와 지원을 해야하며 국민적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
본격적인 개방화, 국제화시대의 도래로 종자부문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종자산업을 미래의 유망한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인식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개발과 제도개선, 지원확대와 해외자원 수집에 국가적 역점을 두어야 할 시기이다.
수출되는 장미에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최근의 우리 현실은 국제화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좋은 사례이다. 종자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차원의 종합 관리체제의 마련과 민간, 학계, 연구기관의 역할분담과 협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종자는 생명이요 길이 보전해야 하는 국가적 자산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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