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론 TJ

입력 1999-09-20 14:18:00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심경이 매우 복잡하다.

공동정권의 성공적인 유지를 위해 합당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합당론의 흐름이 자신의 의지와는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김총리가 당론에 따르겠다며 태도를 바꾼 것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번 내각제 포기때와 마찬가지로 김총리는 자신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당에다 공을 넘기는 모습을 취해 왔다. 이번에도 한 인터뷰에서 김총리는 합당과 관련해 "당에서 최종 당론을 결정하는 날이 오면 당원으로서 당론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총재의 한 측근은 "김총리는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당에다 책임을 떠넘긴다"며 "총재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총리의 발언 이후 당이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당장 JP에 반기를 들고 있는 김용환 전수석부총재 측은 "올 것이 왔다"며 합당 이후 이탈 세력 규합에 나서는 분위기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TK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일부 TK의원들은 "합당은 곧 망하는 길"이라며 합류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김총리는 벌써 합당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비쳐져 당을 이끌고 있는 박총재 입장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집단을 거느린 총책임자로서 식구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좋을 텐데..."라면서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는 또 합당 이후 자신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김총리가 당에 복귀할 경우 총리직을 이양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총리를 맡을 경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은 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측근은 "자민련을 지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차할 경우 합당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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