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가 바라본 새백년 새천년-(11)가상직업

입력 1999-09-17 14:02:00

너도 나도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몸매를 원하는 말라깽이 신화가 판을 치는 20세기를 후딱 지나 2011년 어느날.

비만으로 따돌림 당하던 왕뚱보 교수가 한알만 먹으면 날씬하게 만들어주는 알약을 개발했다. 왕교수가 만든 알약은 다름 아닌 뇌하수체 자극제.

왕교수는 위궤양으로 위장을 온통 잘라낸 친구조차 식욕을 느낀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다시말해 사람이 식욕을 느끼는 것은 배가 아니라 뇌. 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먹어라'고 명령하는 섭식중추와 '그만 먹어라'고 명령하는 만복중추가 있다. 이 중추신경을 이용하여 다이어트 알약을 개발한 왕교수는 바로 반(反)비만 산업의 선구자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 못지않은 세계의 돈줄로 자리잡았다.

복제인간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한장면. 2019년, 코카콜라 네온 간판과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인의 미소가 빌딩숲 맨 꼭대기를 장식하고, 그 사이에 좁다랗게 놓인 골목길에서 은밀히 오가는 인조 인간의 부속품을 거래하는 암시장이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그리는 미래사회는 인간이 인간과 거의 똑같은 신체와 지능을 가진 리플리컨트들을 만들어 전쟁과 노동에 이용하고, 인조 인간의 부속품 딜러가 가상 직업 군상으로 등장한다.

불안정하고 암울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화가 굉장하게 진전할 미래사회에 있음직한 극단적인 직업의 한가지이다.

좀더 긍정적인 면에서 미래사회에 도래할 직업은 어떤게 있을까.

경기대 경영정보학과 성태경교수는 가상직업을 꼽고 있다.

미국의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을 통하여 광고를 하기로 했다. 자체 제작을 할만한 기술력이 부족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외주를 주기로 하였고,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소재한 소규모 소프트웨어회사와 계약을 하였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은 있었지만 인터넷 전문가 및 영화산업 전문가가 필요하였고, 콜로라도주 보울더 시(市)와 아리조나주 피닉스 시에 있는 전문가들과 다시 계약을 맺었다.

이들 두 전문가와 소프트웨어 회사 직원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담당자는 한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이 3개월간 컴퓨터와 통신을 통하여 업무를 하였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제 미래의 기업은 이러한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와 같이 영구적인 직장이라기 보다는 필요에 따라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끼리 기업을 설립하는 일없이 한시적으로 일하는 가상기업이 21세기에는 보편화될 전망이다.

미국의 생활잡지인 POV는 유망한 미래 직종 및 사양직종 10종(도표 참조)을발표하였다.

성교수는 "사원들에게만 정보화를 강조하고, 정보기술에 대한 혜안이 없는 최고경영자의 기업은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대구대 이재규 교수

"가족관계에서 직업, 취미, 교육, 직장여건, 산업활동까지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구대 경영학과 이재규교수는 "기술혁명이 진전되면서 사라지는 직종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며, 설령 살아남더라도 직종의 수명이 아주 짧아져서 평생 직장 개념은 찾아보기 힘들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쓴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를 영원한 임시직의 시대라고도 했다.

직장에서는 종업원은 100명에 책상은 20~30개만 달랑 들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전부다 재택 근무 혹은 컴퓨터를 이용한 네트워크형 근무를 하면서 회사에는 대면(face to face) 회의 때나 사내 교류를 위한 용도로만 쓰여질 수도 있다.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건설중인 지하철도 출퇴근자들이 줄어들면서 뉴욕처럼 슬럼화 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초단기 직종시대가 될 미래사회에도 목구청이 포도청임은 분명할진대 그에 대한 대비책은?

"글쎄,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을 창의적인 사고와 풍부한 정보, 다정다감한 인간미를 갖춘 인물로 키워나가야하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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