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쟁점리뷰-정보화의 두 얼굴

입력 1999-09-17 14:24:00

정보사회 이론가들은 21세기의 고도 정보 사회에서는 자본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가 더 핵심적인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그들은 정보 통신 기술과 서비스가 시간과 공간의 벽을 허물고, 인간의 이지적인 능력의 활용 범위를 최대한 확장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정보 사회는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사회이다. 최근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 및 감청 등으로 인한 개인 사생활 침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개인은 고도 정보화 사회에서 자아와 인격의 정체성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양운덕 교수의 글을 요약해 본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낙관론은 정보 통신망의 발전이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국제적으로도 상호간의 이해가 증진되어 인류의 복지가 향상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개성화와 다양화를 근간으로 삼는 정보 기술과 수치형 혁명이 산업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던 표준화와 동시화라는 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수치형 기술이 확산되는 고도 정보망 사회에서는 생산성이 증대되어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생산 체제와는 달리 탈대량화되고, 탈표준화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취하고, 생산활동 자체도 인간적이고 자주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정보화는 또한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다. 최첨단 통신 기술을 선거에 이용하면, 후보자와 투표자는 새로운 방식의 선거 풍토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정보화는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 시민 사회의 형성을 가속화한다.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토론하며, 국제적인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 단체나 인권 운동 단체들이 자기 지역의 문제를 세계적 여론에 호소하는 경우를 지금도 많이 볼 수 있다.

비관론은 정보 통신 기술의 통제 가능성에 주목한다. 비관론은 기술적 잠재력이 사회적인 조건에 따라 재구성된다는 관점에서, 비록 정보 통신 기술이 기존의 사회 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적 불평등 체계와 중앙 집권적인 지배구조 때문에 정보화의 잠재력이 부정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고 본다. 불평등이 제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보화가 국가 경쟁력 제고나 개인 출세의 차원으로 추구된다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정보를 획득하기에 유리한 지위에 있는 자(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학력이 높은 사람)는 정보화로 인해 정보 강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 정보 약자가 되면서 계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그리고 이런 정보 격차가 지역적 격차를 낳을 수도 있다.

나아가 권력 기구들이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시민들을 감시하면서 지배 관리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각종 기술을 이용한 정보 수집으로 개인 정보가 축적·관리되면,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은 존재할 수 없다.최근의 전자 주민 카드와 관련된 찬반 양론은 정보 사회가 행정의 효율성과 편리함에 우선을 두어야 할지, 아니면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국가 권력 기관의 지나친 정보 수집과 악용에 제동을 걸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상의 두 관점은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보화를 통하여 미래 사회를 보다 바람직하게 민주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동시에, 비관론의 경고에 따라서 정보화에 예상되는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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