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어느 텔레비전 방송국의 특집 다큐멘터리 '김승중 부자의 첫 번째 도전'을 감명깊게 시청하였다. 왼쪽 다리가 심히 불편한 사십대의 아버지가 열두살 난 아들과 함께 대구에서 땅끝마을까지 왕복하는 장장 1,000㎞의 자전거 대장정을 기록한 것이었다. 장애를 딛고 역주하는 아버지와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를 걱정하며 당당히 페달을 밟는 아들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거니와 열흘 동안의 대장정에서 부자간에 피어나는 가슴 뭉클한 사랑은 이 시대의 아버지의 자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였다.
전통사회의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쳤다.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이며, 어떻게 해야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는 엄히 꾸짖어 자녀들을 규범적으로 사회화시켜 나갔다. 아버지는 엄격하면서도 바위처럼 든든한 '위대한 존재'로서 자녀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이러한 아버지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함께 생활하는 아버지로 부터 자연스럽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가정과 직장이 분리된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가장이 가정 바깥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아져 자식들에게 도리와 행실을 가르치는 일에 충실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더 이상 바위처럼 든든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식들에게 잘해주지 못한 죄책감에 사로잡히거나 항상 피곤에 젖어 있어 나약한 존재로 비쳐지기까지 한다. 잃어버린 아버지의 귄위를 물질적 보상을 통해서 회복시키고자 시도해 보지만 과소비를 부추기게 될 뿐 자신의 위상은 더욱 초라해지고 만다.
아버지가 가정을 비우게 되면서 어머니는 아버지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되었다. 더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아버지나, 자녀교육과 가정경영에서 남편을 소외시키는 어머니들이 적지 않아 아버지의 입지는 더욱 축소되고 어머니의 역할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중된 역할부담 속에서 오늘날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쉬지 않고 간섭하는 잔소리꾼이 되거나 무한욕구를 끊임없이 충족시켜 주는 과보호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가정을 건강하게 가꾸고 자녀를 사람답게 키우기 위해서는 이제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아버지의 권위회복이 시급한 일이다. 진정한 권위는 물리적 힘이나 물질적 허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실하고 굳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주며, 자녀교육과 가정경영에 적극 참여하여 아내와 함께 가정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갈 때 아버지의 권위는 저절로 확보될 것이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권위회복을 위해 적극 조력할 필요가 있다. 매사를 항상 남편과 의논함으로써 아버지가 설 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내가 알아서'처리하는 것이 아니라'우리가 함께'고민하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을 때 어머니의 자리도 든든해지고 자녀들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승중 부자의 도전은 이 시대의 '고개 숙인'아버지들에게 값진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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