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손아랫 동서가 일찍 고향에 내려와 바로 집으로 들어오지 않고, 자기 식구끼리 고향 못에서 낚시하고 놀다가 해가 저문 뒤에야 시댁에 들어오는 걸 보니 너무 화가 났어요"
"여자들은 죽도록 일만 하는데 남자들은 고스톱이나 치고 TV만 보니 명절 뒷바라지가 지겨워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추석이 다가오면 명절이 지닌 넉넉함과 의미를 나누기보다 '늘어난 일' 을 둘러싸고 여성들이 혹사당한다는 명절 증후군, 명절 성차별 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나 올해는 추석의 풍성함과 명절의 행복함을 남녀 없이 즐겁게 나누려는 '추석-다시 보기'움직임이 여성계 안팎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여성신문사는 엄마에게도 즐거운 명절이 되도록 만들기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테이프를 제작,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명절이면 가족과 이웃간에 음식과 정을 나누며 친척을 만난다는 설렘보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곤이 먼저 여성들을 지치고 힘들게 만듭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한 명절의 의미, 엄마·주부도 즐거운 명절의 이야기를 노래·수다·콩트로 엮었습니다"
여성신문사는 3천만명이 이동할 귀향, 귀성길에 무료로 배포할 '엄마도 즐거운 명절'을 통해 행복을 나누는 명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예정이다.
30만개 정도 제작, 귀성차량에게 무료로 제공될 이 테이프(문의 02-752-0590)는 20일쯤 선보일 예정이다.
수년전부터 명절문화바꾸기를 추진해온 여성민우회는 명절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웃는 명절, 명절과의 평등한 만남'을 위한 다섯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추석이 여성들의 노동절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즐기는 명절이 되도록 바꾸어야한다는 것이다.
여성민우회는 '남녀 함께 일하고 함께 쉬기' '조상 모시기, 딸도 할 수 있다''시댁과 친정을 번갈아 방문'등 다섯 수칙이 여성에게도 즐거운 명절이 되리라고 내다본다.
대구에 사는 하이텔 세상 만들기(GO PC HOPE)의 동호인 김영란씨(BYSKYR)는 "결코 쉽지 않은 고향을 만드는 일은 여성들의 몫"이라며 이보다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 싶다고 통신을 올렸다.
"살면서 가장 어려울 때 이겨내는 힘을 주는 것은 고향의 품에 대한 기억이며 그것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살림살이의 진수가 아닐지"라고 쓴 김영란씨는 "부모님께서 전해준 그 고향을 우리 자식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힘들다는 이유로 거부한다면 살림의 문화는 맥이 끊어지고 말 것"이라며 속깊은 글을 올렸다.
첫수확을 거둔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면서 일년의 풍성을 감사하고 더 많은 복을 기원하는 추석을 혹사당하는 날쯤으로 격하시키는 일만은 여성계에서 없어져야하지 않을까.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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