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무한권력

입력 1999-09-15 14:29:00

5공시절 정치판에 판치던 단어가운데 하나가 '제2중대론'과 '사이비야당'이다. 실제로는 어떠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런 흔적이 있은 것은 사실이었다. 여당이 때로는 힘으로, 때로는 돈으로 야당을 마음대로 주물렀었다. 세계적으로도 한때는 정치에서, 지금은 경제에서 소위 음모론이라는 이름의 음습한 악마가 날뛰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도 그때보다는 민주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 사회다. 그런데 이 광명천지하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이회창총재를 귀국시키라"고 하고 나섰다. 외국에 나가서 김대중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서 야당총재를 무슨 근거로 귀국시키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발언은 여당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발상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5공시절처럼 한나라당이 여당의 2중대라면 모를까. 야당으로서야 '제왕적 대통령론'도 말할 수 있고 '지금의 우리경제는 명령경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리고 여당으로서도 마땅히 그러한 발언은 '나라 망신'이라든가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를 '모함'이라든가 '망언'이라든가 하는 비인격적인 말을 하는 것은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우리정치를 개혁하고자 하는 지금 여당의 입장에서는 격에 맞지 않는 말이다. 더욱이 '귀국시키라'는 강압적 발언은 공직자로서는 해서는 안될 실언중의 실언이다. ▲김대통령과 관계된 말만 나오면 국민회의서는 언제나 과잉반응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 솔직한 국민들의 심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당의 발언이 격하면 격할수록 발언자에 대한 총재의 신인도는 올라갈지 모르겠으나 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개혁을 한다면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측면부터 개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서상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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