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르베 '사드'국내 첫 출간

입력 1999-09-14 14:08:00

자유는 상대적이다.

시대에 따라 자유의 양과 질은 다르다. 18세기, 기독교가 모든 인간의 규범이던 '엄격 사회'. 그 사회를 철저히 유린했던 사나이, 사드백작.

도나시엥 알퐁소 프랑스와 드 사드(1740~1814)라는 긴 이름의 이 사내에게서 떠오르는 단어는 '절대 자유'다. 운명 또는 관습에 반항하며, 그토록 피투성이 몸부림을 친 이도 드물다.

사드는 오랫동안 금기 인물이었다. 가학성 변태성욕을 가리키는 '사디즘'으로 더 잘 알려진 그의 전기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나왔다. 사드의 전기작가로 유명한 모리스 르베의 '사드 Ⅰ·Ⅱ·Ⅲ'(도서출판 창).

사드의 에로티시즘은 상상을 초월한 광기의 분출구였다. 촛불을 든 사드가 반갑게 맞는다. "오! 내사랑, 옷을 벗으시오!""무얼 하려고요?""즐기려고"

대화가 끝난 후 여자는 사지가 묶인다. 피가 날 때까지 계속되는 채찍질, 살을 도려내는 날카로운 칼, 상처 위에 떨어지는 뜨거운 밀랍. 그는 여자의 고통을 통해 소름끼치는 쾌락에 젖는다.

사드의 가학성 성애의 뿌리는 어디일까.

사드의 시대는 정신적 억압이 어느 때 보다 강했던 시기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루이 왕조 말기는 부패와 위선, 타락이 만연했다. 사드 역시 그 영향을 벗어 날 수 없었다. 프로방스의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지만 아버지는 궁정에서 방탕한 무리에 속했다.

사드는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심한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가졌다. 아버지의 정부(情婦)들, 어머니의 버림받음, 삼촌의 무절제한 생활,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귀족들의 부도덕성, 학창시절의 동성애… . 그가 겪은 것은 타락 사회의 위선이었다르베는 사드에 대해 '광기어린 변태성욕자'란 세인의 평가보다는 '사회적인 삶에 닻을 내리지 못한 고독한 인간'이라는 애정어린 눈빛을 주고 있다. 이성을 능가하는 감각과 정서, 자유와 성본능에 대한 통찰을 통해 사드는 "평범하지 않았기에 소외당하고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임종을 맞아야 했던 비운의 귀족"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르베는 철저한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사드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사드 가문의 고문서와 편지, 자료 등을 통해 군대 경력, 결혼, 갖가지 추문과 감옥생활까지 철저히 분석했다.

사디즘이란 어두운 신화에 갇혀 제 모습을 잃었던 사드의 면면을 생생하게 밝혀준다는 점에서 색다른 전기서다. 각권 9천원.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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