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마른 빵처럼 푸석할 때는
잉어들이 부대끼며 사는 성당못으로 간다.
큰 놈은 큰 입으로 더 많은 먹이를 먹고
작은 놈은 작은 입으로 더 적은 먹이를 먹는
큰 입 작은 입 쩍쩍 벌려 물 위로 띄우는
잉어들을 보러 간다
아버지의 손을 잡은 꼬마가 먹이를 던진다
싸움이 붙었다, 비늘이 벗겨지고 지느러미가
찢어졌다, 묽은 피가 물에 섞인다
아이는 즐겁다, 아버지도 아이가 즐겁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웃음을 가르치러 오는 곳
성당못 구름다리 정경을 목격하러 간다
사람이라는 껍데기를 훌렁 벗어버리고 싶은 날
솜사탕 같은 아이의 웃음도 징그러운
성당못으로 간다
▲71년 경북 왜관 출생
▲대구효성가톨릭대 국문과 졸업
▲9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대구시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