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문화사랑 모임 윤우회

입력 1999-09-13 14:03:00

'연극도 보고, 부부금슬도 확인하고'

지난 10일 오후 7시 악극 '가거라 삼팔선'의 공연장인 대구 시민회관 1층 로비. 말쑥하게 차려입은 중년 부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표정들이 화사하다.

윤우회(회장 모종복) 회원들. 윤우회는 매달 한번씩 공연을 감상하는 부부 문화사랑 모임이다. 봄 가을에는 전체 회원 부부들이 모두 모여 연극을 한 편씩 감상한다. 10일이 바로 그날. 지난 4월 '남자 넌센스' 이후 5개월 만이다.

"예전에는 먹고 마시는 모임으로 배만 불렀지만, 이젠 마음까지 부르는 모임이 됐습니다"

윤우회는 대륜고 10년 터울 동창들로 이뤄져 있다. 30기(38세)부터 20기(48세)까지. 회원은 21명. 동창 모임이다 보니 아내들은 늘 소외됐다. 여느 모임들처럼 아내들은 '장외(場外) 인물'. 그러나 부부함께 공연행사에 다니게 되면서 요즘은 "아내들이 먼저 모임을 챙기게 됐다"고 한다.

지난 96년 말 모임을 만들었다. 부회장인 배종순(뉴영남호텔 대표)씨는 "소모적인 모임에서 벗어나 불모지인 대구 연극을 발전시켜 보자는 의도에서 모이게 됐다"고 했다.

대부분이 결혼 10년이 넘도록 공연장이라고는 얼씬도 해보지 못한 '비 문화적인' 회원들. 그러나 문화사랑을 시작한지 3년이 넘어선 지금은 모두 '문화적'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모임이 아니더라도 연극 공연장에서 심심찮게 서로를 만날 수 있을 정도. 공연이 끝나면 토론도 하고 매달 자신들의 직업과 문화를 접목시킨 주제발표회도 가진다.

이제는 관람만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극단을 후원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기금도 벌써 3천만원이나 모았다. 지역의 좋은 창작 연극에 투자할 계획.

모종복회장은 "친목단체지만 지역 문화발전과 지역 연극에 물심양면으로 기여하는 모임이 되겠다"고 했다.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는 향기나는 모임이다.-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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