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술의 문제는 주어진 자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고, 타인의 재물이 불의한 것이라고 하여 이를 빼앗아 인류의 선을 위해서 쓴다고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여 이에 대한 구체적 논거를 쓰는 것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평소에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학생들은 논술을 쓰는데 어떤 판단을 내리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논거를 들 수 있으면 된다.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매우 이기적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데 객관적 판단을 잘 내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출신 계급과 환경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도덕적 정의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이기적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항상 객관적 위치에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수행의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공부를 하고 도덕 의식을 함양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경지에 다다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논술에서는 대구여고 2학년 차지민 학생의 글을 뽑았다. 학생의 글은 다른 회에 비해 약간 처지는 것 같지만 이번에 응모한 학생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돋보였다. 전체적으로 문제에 대한 이해가 좋고 전체적 구성이 양호하다. 그러나 서론에서 (1)의 경우는 장황한 느낌을 준다. 입시 논술은 짧은 글이므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문장은 가급적 간결하고 단순하게 쓰는 것이 좋다. 내용이 더욱 명료해 보인다. 앞부분에서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것은 학생이 논술을 많이 써 보지 못했으므로 분량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경우가 많다. (2)의 경우는 학생이 우리 나라 사회가 자본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전제하고 있다. 이번 논술 문제는 사회 체제에 대한 전제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 국가의 정치·경제 체제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백성들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면 언제나 바꿀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3)의 내용은 본론 첫 단락의 내용과 중첩된다. 기본권인 사유재산 제도에 배치되는 내용을 좀더 메모해 보고 더 합당한 내용을 찾아보아야 한다. 사유재산에 대한 기본권이 이 내용의 경우와 같이 불의한 재산을 정부가 지켜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결론에서 (4)의 경우 인류의 역사에서 피를 흘리며 쟁취한 기본권이 불의한 사유재산을 지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학생은 이 경우 정당하게 모은 사유재산과 불의로 모은 사유재산을 구분해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가작으로 능인고등학교 1학년 조창민 학생의 글을 뽑았다. 학생의 글은 1학년으로서는 매우 잘 쓴 글이다. 앞으로 몇 번 써 보면 좋은 논술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보완 할 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논지 전개에서 사고의 치밀성이 조금 떨어진다. 따져서 논거로 설득하는 훈련을 조금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작으로 경덕여고 2학년 김지현 학생의 글을 뽑았다. 학생의 글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썼다. 그러나 현학적으로 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논술은 너무 잘 쓰려고 하면 나쁜 논술이 되는 경우가 많다. 평이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간단 명료하게 논거를 밝혀 쓰면 좋은 논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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