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치회장 영장청구 안팎

입력 1999-09-10 14:53:00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9일 서울 서초동 대검과 서울지검 청사 주변은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검찰안팎에서는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복무방침에서 제시한 '원칙과 기본'에 따른 결론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검의 한 중견간부는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적잖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원칙의 승리로 돌아갔다"면서 "앞으로 모든 사건에서 이번 결정은 중요한 선례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날 이 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발표되자 평소 중요사안을 결정할 때 '하의상달식' 토론을 거치는 박총장의 의사결정 스타일이 다시 한번 화제로 떠올랐다.

대검 관계자는 "박 총장은 과거 검찰총장의 '독단적 결정'방식이 폐해가 많다고 판단, 가급적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스타일"이라며 "보고, 지시, 예외가 없는 '3무(無)'수사와 함께 새로운 지휘 방식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을 놓고 검찰지휘부가 사안의 파장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에 '중심'을 잡지 못한게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각도 나오고 있다한 변호사는 "왜 중요한 기업인만 걸려들면 경제논리를 운운하지는 모르겠다"며"이 회장이 IMF때문에 쫄딱 망한 중소기업 사장도 아닌데 경제논리를 거론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 아니냐"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익치 회장에 대해 "'쇼맨십' 기질이 강한 사람"이라며"현대그룹 내에서 행사하는 파워가 엄청난 것 같더라"고 평가했다.

수사 관계자는 파업유도 사건으로 서울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강희복(姜熙復) 전조폐공사 사장과 이회장을 비교하면서 "두 사람 다 '소신파'임에는 틀림없는데 진술태도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의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현대증권 박철재(朴喆在) 상무는 검찰에서 자백하면서 특이한 이유를 댄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끌었다.

수사 관계자는 "박상무가 '(주가조작의) 책임을 아무도 지려하지 않고 괜히 무고한 직원들이 수십명씩 불려 다니는 것을 보다 못해 자기가 책임을 져야겠다'며 범행사실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아마도 박상무가 회사 내부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번 수사에는 주가작전을 벌였다가 입건된 전력이 있는 왕년의 '작전전문가'가 보조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의 수사기간 내내 증권전문가 2명과 공인회계사, 세무사, 세무공무원들이 곁에서 주식매매 차익 계산 등 전문적인 내용을 브리핑해준 것이 큰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