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가 경제전문가가 되었다는 농담이 생겼을 만큼 우리의 경제적 시야는 넓어졌고, 많은 새로운 경제용어를 신문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워크 아웃과 퇴출이라는 용어가 다시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경제가 완전히 안정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음 천년을 맞이한다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21세기는 문화가 경제를 주도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만나게 된다. 우리의 정책은 한낮 구호로 그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구호 역시 잠시 유행하다 없어질 것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문화와 경제는 정말 그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개념 하나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속도의 개념이다. 이 개념은 경제적 용어의 근본에 숨어 있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1만2천불의 소득을 올린다는 것은 한달에 1천불의 소득을 얻는다는 뜻이고, 주당 40시간 일을 한다면 시간당 7불 정도의 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하루에 16시간씩 일을 한다면 국민 일인당 소득은 두 배인 2만4천불이 될 것이다. 문제는 하루 여덟시간 일을 하고 2만4천불의 소득을 얻는 국민들과 하루 16시간씩 일해서 같은 소득을 얻는 국민들이 동일한 경제적 상태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전자의 국민들은 여가의 시간에 책을 읽고, 연극과 영화를 관람하고, 주말이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갈 수 있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문화적 산업을 일으키게 된다. 후자의 국민들은 평일에는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하여 저녁 8시나 되어야 퇴근하게 된다. 퇴근하면 잠시 TV를 보고 잠을 자야 한다. 주말에는 잠을 보충해야 하고 일요일에 교회에 간다면, 가서 "너는 천당에 갈 것이다"라든지 아니면 "너는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하는 직설적인 설교를 듣는 것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게 된다. 생각하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시외의 모든 도로변을 여관과 식당으로 줄을 잇게 만든다. 생각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것 중 그 두 가지가 가장 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적 풍토에서 우리가 문화적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여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결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풍의 대중예술을 변형하여 문화적 상품을 만들어 우리를 뒤따라 오는 개발도상 국가들의 청소년들에게 팔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문화적 상품을 파는 것이 그러한 청소년을 위해서 과연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의 저질성을 비난하면서 그보다 더 못한 저질의 문화상품을 만들어 수출해도 좋은 것일까?
우리가 하루에 여덟시간 성심과 성의를 다해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것없이 우리가 문화적 국민이 될 수 없고, 좋은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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