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획 시리즈 발간…시단에 활력

입력 1999-09-09 14:12:00

가을로 접어들자 기획 시리즈 시집 발간이 잇따라 가라앉아 있던 시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영향력있는 문학 전문 출판사들이 정선한 시인들의 신작들을 묶어낸 이들 시집들은 자비 출판의 부담없이 빛을 보았을 뿐 아니라 스테디 셀러 등으로 독자들 깊숙히 파고드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이들 기획 시리즈 시집들은 특히 중진에서 신진까지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을 두루 포용하고 있어 한국시단의 현주소와 최근 우리시의 흐름을 가늠케 하기도 한다. 문학과 지성사는 '문학과 지성 시인선'으로 중진시인 정현종씨의 시집 '갈증이며 샘물인', 소설가 한승원씨의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유진택씨의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을 내놓았으며, 이달 안으로 최영철·이선영·고창환씨 등 젊은 시인들의 시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작과 비평사는 '창비 시선'으로 중진 조태일의 '혼자 타오르고 있었네'와 신진 유승도씨의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를 내놓았으며, 민음사는 중견 최승호씨의 '그로테스크' 등을 냈다.

세계사도 박주택씨의 '사막의 별 아래에서', 안정옥씨의 '웃는 산', 조윤희씨의 '모서리의 사랑', 노혜경씨의 '뜯어먹기 좋은 빵' 등 신진들의 시집을 내놓았고, 문학동네는 중견 하종오씨의 '님'과 젊은 시인 이산하씨의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서동욱씨의 '랭보가 시쓰기를 그만둔 날'을 나란히 선보였다.

이들 시집 가운데 정현종씨의 '갈증이며 샘물인'은 생명의 소중함과 그 생명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광활하고 열린 세계를 자유롭고 섬세한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며, 조태일씨의 '혼자 타오르고…'는 종래의 민중적 정서와 강건하고 웅혼한 남성주의에서 근원 또는 기원 탐구, 모성과 동심의 세계 추구로 변모된 순수서정시를 보여줘 관심을 모은다.

향토(의성) 출신인 하종오씨의 '님'은 현실 속의 님의 세계에 귀속하고 싶은 시적 자아의 애절한 희구로 가득차 있으며, 최승호씨의 '그로테스크'는 문명에 대한 비판의 시각에서 섬세한 내면의 포착으로 시선을 돌려 '나'의 말과 생각들을 표출하고 있다. 한승원의 '노을…'은 소설가의 두번째 시집으로 이채를 띠며, 박주택·안정옥·조윤희·노혜경·유진택·이산하·서동욱·유승도씨의 개성은 우리시를 풍성하게 해준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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