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얼음조각에 비유된다.
뭉떵한 얼음 덩어리를 갈고 깎아 때깔나는 모양을 내는, 그러나 내면은 언제나 차갑고 냉정해야 하는 것이다.
15년간 일관되게 민족극만 고집하는 연기자 김헌근(38·민예총 대구지회 사무처장·사진)씨. 얼음을 조각하듯 연극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고발에 힘써온 그가 한국민족예술인후원회가 시상하는 제1회 '예후 예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연예술의 바탕이 빈약한 대구에 마당극의 전업배우로 뛰어난 기량과 굳건한 의지를 보여…'가 선정 이유.
"얼떨떨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김씨는 지난 83년 극단 '놀이패 탈'의 창립 멤버로 데뷔한 이래 '이땅은 니캉 내캉''선새앰 요!''노동자 내 청춘아'등 20편의 사회극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1인극 '호랑이 이야기'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발휘해 관객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민족극만 하게 된 계기는 대학(경북대 임학과졸) 탈춤반 활동이 인연. "87년 6월 항쟁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들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연기자로서 만족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호평을 받은 '호랑이 이야기'도 "작품의 상상력과 풍자를 다 담아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재정적 뒷받침과 관객의 사랑만 있다면 대구 연극의 미래는 밝다"며 "1차적으로 연극인들이 발로 뛰어야 한다"고 대구 연극을 전망했다.
김씨는 현재 전국민족극한마당에 출품되는 '호랑이 이야기' 보완에 힘을 쏟고 있다. 완성도를 높여 순회공연도 가질 계획이다.
한국민족예술인후원회는 정지창 영남대교수 등 11명이 지난 97년 결성한 연극 후원단체로 시상식은 오는 12일 오후 9시 한국민족극한마당의 폐막굿에서 가질 예정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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