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완결판 '전국민연금시대' 조기정착은 가능할 것인가. 지난 4월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도시자영업자로 확대된 뒤 5개월이 지났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소득하향신고', '낮은 보험료 징수율', '기금운영의 비전문성', '정부불신'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따라 사회보험개혁 범국민대책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제도 전면 개편요구'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각종 제도의 정비와 경영혁신을 통해 현제도의 조기정착을 추진하고 있다. 현제도의 본질적인 문제점 보다 연금제도에 대한 인식부족과 일반화된 정부정책 불신 등이 국민연금도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조기정착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실제로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 5개월간 연금보험료 조정업무를 중점 실시해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또 기금운영의 전문성·자율성 확보와 고객중심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조기정착 가능성을 진단한다.
▨현황
도시자영업자가 지난 4월 신고한 평균 월소득은 84만여원(보험료 납부율 60%)으로, 봉급생활자의 평균 월소득 144만원(보험료 납부율 95% 이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연금수령액이 가입자 평생소득평균에 전체가입자 소득평균을 더한뒤 가입기간 등을 곱해 산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봉급생활자의 불이익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도시자영업자의 소득신고액 상향조정 및 보험료 납부율 향상은 국민연금 정착의 최대과제로 등장했다. 공공근로요원까지 투입해 대규모 소득상향조정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 8월14일 기준 도시자영업자 평균월소득은 87만여원으로 3만원 올랐다. 특히 의사·변호사·세무사 등 2만7천여명의 고소득전문직 종사자의 평균월소득은 신고당시 236만여원에서 260만여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조정된 전문직종사자의 소득은 과세소득평균액 240만여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또 도시자영업자의 누적보험료 납부율 역시 최초(4월) 납부율 60%에서 8월 74.7%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 아직 직장가입자 98.9%에 크게 못미치지만 농어촌가입자 69.1%를 오히려 앞섰다〈대구권 현황 도표참조〉. 공단은 올해말까지 국세청 과세자료 등을 활용,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보험료 조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비판이 집중됐던 기금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정원 40명)를 설치, 이달중 기금이사 및 기금운용담당자로 우수한 펀드매니저를 공개채용할 예정이다.
이밖에 △공단 온라인 전산망과 민원상담 전용전화 1355를 연계한 '텔레서비스센터' 구축 △각 사업장에서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수 있는 '국민연금 EDI시스템'운영 △국민연금 무인안내시스템(KIOSK) 등 고객서비스 향상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자영업자의 평균월소득이 상향조정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직장가입자의 60%수준에 불과하다. 납기내 보험료 납부율도 아직 60%대에 머물러 정착단계(80%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또 서비스 강화와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민연금기금운영본부 운영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계획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성과를 낼수 있다.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면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사회보험개혁 범국민대책위가 추진하는 보험료 납부거부운동 서명자는 이미 350만여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망
국민연금의 앞길은 험난하기만하다. 그러나 희망은 존재한다. 최대 걸림돌이자 본질적인 문제는 '자영업자의 정확한 소득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국민의 분노는 고소득 전문직종사자와 자영업자의 소득하향신고에 집중된다. 전체 자영업자중 이들의 비중은 아주 미미할 뿐아니라 국세청 등을 통한 소득파악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성공의 관건이 된다.
또 국민연금 표준소득 월최고액은 36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우려하는 세금부과와 직접적 관계가 없고, 많은 보험료를 낼수록 노후에 더 많은 혜택을 누릴수 있는 연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면 고소득자가 소득을 하향신고할 이유가 없어진다.상당수의 영세자영업자들도 국민연금에 부정적이지만 이 문제는 홍보강화로 해소될수 있다. 국민연금 도시지역 확대는 바로 영세자영업자들의 노후보장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저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짜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개인연금과 비교해 볼때 표준 월소득액이 22만원인 가입자의 수령액은 8.6배 많고, 표준 월소득액이 360만원인 가입자는 1.4배 더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다.
국민연금 수혜자가 급증하는 것도 '조기정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노령연금수급 예정자는 23만여명이지만 내년에 50만여명으로 늘어나고 2002년쯤 200만명을 기록, 본격적인 '연금시대'가 도래한다. 주위에 연금수령자가 늘어날수록 '막연한 불신감' 대신 연금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대구지사 정경화 행정팀장은 "관리운영비의 국고지원, 후세대가 전세대를 지원하는 구조 등으로 국민연금의 모든 가입자는 보험납부금에 비해 훨씬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며 "오히려 일부 전문가들은 '적은 보험료에 과다한 혜택'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정부의 강력하고 신속한 정책추진과 연금제도를 올바로 이해시키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노력에 따라 '국민연금 조기정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石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