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선거구제는 적절하지 않다

입력 1999-09-06 00:00:00

정치개혁의 핵심이 마치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제 채택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요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선거구제는 현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이다. 왜냐하면 시대흐름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 이 시대적 흐름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는 소선거구제이지 중선거구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중선거구제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역 감정의 완화에는 어느정도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지난 유신시절과 5공시절 중선거구제를 실시하여 지역감정의 완충효과를 어느정도 봐온 경험도 갖고 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나 정당명부제가 지역감정 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통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대흐름의 적응과 지역감정 완화 중 어느쪽에 무게를 둬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역시 시대흐름이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시대흐름에의 적응은 국제적이고 국가의 생존과 번영의 문제인 반면 지역감정은 국내적인 문제에다 번영의 장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역감정문제도 지금과 같은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지역감정은 3김정치의 소산이다. 그런데 약3년뒤 국민의 정부를 끝으로 3김정치는 막을 내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3김시대를 꿈꾸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감정 완화를 목표로 한다면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보다는 앞서의 지적처럼 3김정치를 끝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굳이 시대흐름에 잘 맞지 않는 중선거구제로 갈 필요도 없다.

그리고 중선거구제는 안정적 국정운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명도에 따라 좌우될 확률이 높으므로 기성정치인이나 여권에 유리하다. 이 경험 역시 우리는 갖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보면 바로 이 점이 우리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좋지 않은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바로 변화에는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정치신인의 등장이 유리해야 정치풍토의 개혁도 손쉬워 질 것이다. 그런데 이 중선거구제는 신인의 등장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 얼굴의 개혁도 정치개혁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이 원활하지 못한다면 정치개혁은 오히려 뒷걸음 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중선거구제는 우리정치 풍토의 치명적인 약점이 돈선거에서는 오히려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등 외국의 예를 봐서도 그렇다. 여권이 주장하는대로 돈 덜드는 선거라는 명분에는 선뜻 동의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국민의견이다. 중선거구제가 옳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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