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절대적 빈곤의 시대에 생활고를 견디기 어려워 부정부패가 극심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의 정도는 수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부정부패에 연루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상으로 미루어 보건데 사회의 경제적 풍요와 도덕성의 정도는 일견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만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반성과 보완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조선시대 관리의 가장 큰 덕목은 청렴이었다. 그래서 높은 벼슬아치는 초라한 집에 살거나 소박한 생활을 하기에 힘쓰고 그런 사람들이 존경을 받았다. 황희나 맹사성 같은 분들이 그런 분들이다. 근대화 결과 우리는 급속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게 되어 우리의 삶을 경제적 측면에서는 풍요를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전통 사회의 윤리적, 도덕적 규범을 손상시키게 된 부정적 측면도 초래하게 되었다. 그 결과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돈만 있으면 남부럽지 않게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 방식이 팽배해져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부정부패에 대해 부끄러움을 잃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었다.
특히,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개인적 착복의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납과 은폐가 조직적으로 구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의 위생계 공무원이나 인천 세무서 하위직 세무공무원의 수억대 재산 형성 사건 같은 것이 그 예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부정부패의 더 큰 심각성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촉발시켜 우리 사회 전체의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 있다. 씨랜드 화제 참사 같은 것이 그 단적 예가 될 수 있다. 건설업자, 시청 과장, 수련원 운영자 등의 구조적 부정부패는 동료 공무원도 어찌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사실들로 보건데 부정부패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의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정신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물론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의 도덕지향적 특성도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고, 형벌에 대한 공포도 이를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국에서는 뇌물 수수 관리들을 공개 총살하고 있다. 그러나 인허가나, 수출입 등 이권이 개입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에서 부패 사슬이 이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북한 같이 폐쇄적, 통제 사회에서조차도 공산당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한다.
따라서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정신 운동 외에도 경제적 분배의 공정성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안정을 이루었을 때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 의식을 심어주었을 때 공익을 우선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높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적 풍요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즉,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여 물질적 발전도 추진되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