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음악 어떤 것들이 있나

입력 1999-09-02 14:02:00

△무대와의 이별(?)하이든의 교향곡 제45번에는 '고별'이란 표제가 붙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가볍고 경쾌한 템포로 시작되는 이 곡은 별달리 이별의 애잔한 심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섣불리 표제만 알고 음반을 골랐다가는 낭패보기 십상. 사실 이 곡은 궁중 악단의 악장으로 일하던 하이든이 단원들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1772년 여름 이별 교향곡의 초연 무대에서 하이든은 마지막 악장 후반부에 이르러 템포가 프레스토(아주 빠르게)에서 안단테(느리게)로 느려지면 악사들이 한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악기를 들고 퇴장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음악은 피아니시모(아주 약하게)로 바뀌고 악사들은 이별을 고하게 되는 것. 당시 하이든의 의도를 알아차린 성주가 단원들에게 휴가를 내렸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은인과의 이별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26번 E플랫 장조(작품 81a)에도 '고별'이란 표제가 붙어 있다. 오스트리아 황제 레오폴드 2세의 막내 왕자였고 베토벤에게 직접 작곡과 피아노를 배워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줬던 루돌프 대공과의 이별을 맞아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든 곡. 1809년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지면서 오스트리아 황제 일가가 모두 피신을 가게 된 상황이었다. 죽음과 같은 슬픈 헤어짐은 아니었지만 베토벤으로서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자신을 음악적으로 존경해줬던 후원자와의 이별이 못내 섭섭했나 보다. 베토벤 특유의 격정은 찾아보기 힘들고 비교적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소나타.

△이별의 명곡들세상 모든 것들로부터 버림 받고, 온갖 고뇌는 혼자 다 뒤집어 쓴 것처럼 처절한 느낌을 안겨 주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비창'에는 직설적인 비탄과 한숨이 뒤범벅 돼 있다. 이별의 상처 위에 아직 피가 멎지 않았다면 비창을 들어보라. 오히려 가슴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치유받을 수 있을 것이다.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터질 듯한 슬픔을 노래한 말러의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역시 극한적인 이별의 회한을 노래하고 있다. 바리톤의 묵직한 목소리가 '염려하지 말자. 그애는 먼저 천국의 길을 갔지. 우리도 결국 따르리니'하며 나즈막히 읊조리는 이 노래는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처연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이별 레퍼토리는 역시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E장조 작품 10-3번 '이별'. 영화나 드라마에도 종종 삽입돼 친숙한 이 노래의 멜로디는 분명 아름답지만 쇼팽의 이별 음악으로는 오히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추천할 만하다. 20살의 젊은 쇼팽이 사랑하는 여인 콘스탄차와 조국 폴란드를 떠나야 하는 슬픔이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잔잔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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