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여성-'판도라'의 생성을 전하는 그리스신화가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지상의 인간을 관장하던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계에 전해준 소행에 화가 난 주신(主神) 제우스는 그를 징벌코자 흙을 빚어 '여자'를 만든다. 그 '여자'에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자기들이 갖고 있던 재능인 '아름다움''교활한 지혜''음악'등등을 불어넣어 완성한게 '판도라'. 그래서 그 어원을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고도 한다.
제우스는 이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내지만 정작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탐을 내 아내로 삼는다. 형은 제우스의 의도를 꿰뚫고 동생에게 판도라를 경계하라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동생에겐 인간계엔 더이상 쓸모없는 육체적인 온갖 고통과 정신적인 장애인 질투, 원한, 복수심 등등을 쓸어담아 놓은 상자가 있었다.
◈뚜껑 열린 '옷 로비'상자
판도라는 그 상자속에 뭐가 들어있나 싶은 호기심에 그만 상자뚜껑을 열어버렸다. 그랬더니 그 온갖 재앙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바람에 놀라 급히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러나 지상엔 이미 그 재앙들이 모두 퍼져 버렸고 상자밑바닥에 남아있는 '희망'만은 겨우 담겨져 있게 된다.
그 희망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온갖 재앙을 겪는 절망을 이기고 일어서는 원천이 된다는 기원(起源)이란 얘기다. '여자'와 '재앙' 그리고 '희망'이라는게 오늘날까지 지상에 존재한다는 그리스신화의 전말이다.
작금의 그야말로 온나라가 들썩거리는 '경국지설(傾國之舌)'이랄까. '옷 로비'청문회에 나온 장관들 부인, 재벌부인의 자매, 옷가게 여주인에 이르는 여자들의 행태는 바로 그녀들의 시조 '판도라'의 속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질 않은가. 교활한 지혜와 미(美)로 겉을 감고 생글생글 웃는가하면 동정을 구하는 울음까지 자아내며 서로 진실이라 외치지만 과연 누가 그 진위를 가릴 재간이 있단 말인가. 겁도 없이 열어서는 안될 '판도라의 상자'까지 공개하는 바람에 그 재앙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내년 총선때 보자
국난에 아기 돌반지, 결혼패물까지 줄서서 낸 선량한 민초들은 '그 판도라의 상자' 내용중 떼거리로 나훈아쇼까지 갔다는 대목에선 배신감에 완전히 토라져 버렸다. '내년 총선때 보자'는 싸늘한 한마디가 바로 민심은 이미 이 정권이 좀처럼 되돌릴 수없는 선을 넘어가버렸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더욱 가관은 검찰수사에 잘못이 있는걸 밝히자는 청문회의 뜻이나 도대체 아는지 대통령으로 향한 충성경쟁으로 사건을 호도만 하는데 능사로 여기는 여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저질 고성(高聲)대목. 국민들은 기가 찬 나머지 '피식' 냉소로 응대할 뿐이다.
이따위 청문회라면 차라리 안보는게 낫다며 TV를 아예 꺼버리는 바람에 시청률이 20%대라는 사실은 '정치혐오'의 반증인줄 이 정권은 아는지 딱하다. 한번 열린 판도라 상자의 재앙은 검찰간부의 '취중 고백'으로 이어진다. 이 한마디의 설화(舌禍) 손실이 2조원에 이른다는 파업유도 청문회는 차라리 검찰총수의 자질을 가늠하는 때늦은 인사청문회라고 해야 표현이 정확했잖을까 싶다. 부부증인 1호, 검찰총장 출신 증인 1호의 청문회 기록을 가지게 된 '정치검찰'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보게된다.또 과연 그가 '검사자질'을 갖춘 인물인지 참으로 의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 연속 노출된 괴로운 청문회였다. 솔직하게 이대로 간다면 국가기강을 책임진 검찰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실로 걱정이 앞섰다고 해야 옳을 것같다.
검찰은 '정권안보'를 '국가안보'로 착각하는 총수엔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더이상 지킬 이유가 없다는 걸 실증해 보여준 청문회였다. 집권층과 검찰이 적당히 유착, 공생하게 되면 종국엔 공멸의 재앙이 올 수 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부끄러운 청문회
두 청문회에 접한 민심은 채 2년도 안된 '국민의 정부'에 심한 불안감과 함께 이반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숨길 탈출구만을 끝없이 찾고 있다고 국민들은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의 숫자 늘리기와 인물교체에만 골몰할 일이 아니다. 그 국회의원을 뽑을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고 솔직한 처방을 찾는게 오히려 지름길임을 왜 모르는가. 판도라 상자는 이미 열려 재앙이 겹쳤지만 그 속에 아직 남아있는 '희망'을 끄집어내 국민들에게 심어주는게 급선무이자 바른 수순이다. 상당한 민심을 점유하고 있는 야당을 팽개칠게 아니라 진정한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 방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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