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2세 출신으로 중국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약하다 지난해 한국에 귀화한 김성책(39)씨를 만났다. 천안문 사태에 연루돼 7개월간 복역하다 지난 91년 홍콩을 거쳐 한국에 입국한 김씨는 1일부터 경북도립교향악단 악장을 맡아 제2의 음악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조부, 외조부님과 친분이 있었던 서울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의 주선으로 한국행을 택하게 됐습니다" 김씨의 부친은 지휘자 출신으로 흑룡강성 목단강시 조선족 문화예술관 관장을 지낸 음악가이며, 모친 허화자씨 역시 목단강시의 조선족 대학 국문과 교수를 지낸 문화예술 평론가.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 음악을 접한 김씨는 12세 때 전중국 청소년음악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 이후 87년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북경군부 총정치부예술단 교향악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했다.
김씨는 또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학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만나본 음악가들은 대개 음악 이외의 학문을 등한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철학공부가 연주활동에도 큰 도움을 줬습니다"
열두살 때부터 '군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는 김씨는 지난 83년부터 86년까지 중국 제1호 바이올리니스트(중국에서는 해마다 각 악기 연주자별로 순위를 매겨 1호부터 10호까지 '발령'낸다고 한다)로 있으면서 요요마, 안네 소피 무터 등 굵직한 음악가들과 연주회를 함께 했다. "87년부터 비수교국가와의 문화교류를 담당하는 기관에 발령받으면서 바이올린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개인이 악기를 소유하는 게 금지돼 있었거든요. 다시 음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쁩니다"
이제는 한국 국적도 얻고 생활도 안정을 되찾았다는 김씨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한국에서 최고의 솔리스트로 인정받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중국 최고의 연주자였다는 과거 경력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는 한국인이니까요"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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