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대구·경북의원 한숨 푹푹

입력 1999-09-01 14:30:00

자민련 TK의원들의 한숨이 깊어간다. 주말 등을 이용해 지역을 다녀온 의원들은 "길이 안보인다"는 소리를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이전부터 바닥권을 맴돌던 당 지지도가 곤두박질을 치는 데다 내각제 포기 파동 이후 악재들이 겹치면서 내년 총선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박태준(朴泰俊)총재도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언했지만 속내가 타들어가는 듯 연일 얼굴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다지난 주말 대구를 다녀온 박구일(朴九溢)대구시지부장은 최근 중앙당사 총재실을 허겁지겁 찾았다. 박총재에게 지역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러나 박총재가 마침 자리를 비워 답답한 속내 만을 털어내게 됐다. 박의원은 "이제 속으로 딴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웃는 얼굴로 회의하고 헤어질 때는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구에서 보니 이제 어떤 말을 해도 씨가 안먹힌다. 현철이 사면을 반대했다는 점을 내세워 보지만 이도 마찬가지다. 이미 죽은 놈을 이리저리 진찰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박의원은 한가지 사례도 소개했다. 대구에 비어 있는 두 곳의 지구당 위원장 영입을 위해 한 인사를 만났을 때 그는 "박의원님, 왜 이러십니까. 지금 자민련에 들어오란 말입니까"라고 해 말문을 닫아 버렸다는 것이다. 박의원은 "그래도 대구 의원들과 만나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니냐"고 묻자 "꺼리가 있으면 안만나겠느냐. 당장 만나지. 만나서 한탄만 할 것을 뭐하러 만나느냐"고 했다.

경북의 김종학(金鍾學)지부장도 마찬가지다. 시간만 있으면 경산·청도 지역구를 찾는 김의원은 "경북은 그래도 시골이라서 대구보다는 낫지만 자민련 인기가 떨어지니까 속수무책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제를 주장하다가 물건너가고 나니까 사람만 우습게 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김의원은 최근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합당론과 관련, "내각제에 미온적이던 사람들이 최근 합당한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지역정서가 용납 하겠느냐"며 "경산·청도 뿐 아니라 대구의 원로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