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호주병원에서 연수를 할 때의 일이다. 외국에서 체류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스스로 생각해도 영어실력이 형편없어 과연 연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두려웠다. 병원 관계자들과 첫 대면을 하는 날, 고위직에 있는 분들께 짧은 영어로 인사와 내 소개를 하니 이들은 한결같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 어디서 배웠느냐?"며 칭찬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사회경험이 일천했던 나에게 "당신의 경험과 경력은 대단하다"라는 등의 과분한 찬사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경력은 그들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상태였다. 사실 그들의 표정을 가만히 살펴보니 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고, 나 역시 그들이 말을 빨리 하기 시작하자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이들이 나를 비웃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으나 그들의 진지한 태도로 보아 분명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후 그곳의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칭찬을 자주할 뿐만 아니라 대화를 할 때는 적절히 맞장구를 쳐서 말하는 사람이 신이 나게 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는 점심 도시락에 양식 대신 김밥을 싸간 적이 있었다. 직원들에게 맛을 보이니 하나 같이 맛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몇사람은 한 개만 먹고 먹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배가 불러 그만 먹는다는 것이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한번은 집에 초대해서 한식을 대접하니 너무 맛있다고 극찬하면서 조리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사실 그 뒤 그분들이 나에게 배운대로 한식을 해먹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요리를 대접한 사람에게 그 이상의 극찬은 없을 것이다. 그 다음날 그들은 좋은 음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의 감사편지를 집으로 보내기까지 하였다. 그후 이웃의 미국인과 인도인 집에 초대받았을때 배운 그대로 칭찬을 하니 음식을 마련한 부인들은 정말 즐거워했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사촌이 논을 샀다면 당연히 칭찬해 주어야 할 터인데 왜 배가 아프다는 말인가. 한정된 좁은 국토에서 사촌이 논을 사면 자기가 살 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제 우리끼리 서로 비방하고 끌어내림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내가 우위에 서는 그러한 시대는 끝났다. 정보통신 및 교통의 발달로 전세계를 무대로한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웃끼리 칭찬하고 격려하며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만이 이 무한경쟁시대에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 생각된다.
곽병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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