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저술가 수잔나 파르취 '당신의 미술관'

입력 1999-08-31 14:11:00

파리 루브르, 런던 국립미술관 등 유럽의 여러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전부 감상하려면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같은 어려움을 대신해줄 가상의 미술관이 책으로 나왔다. 독자들은 가상의 미술관을 산책하면서 서양미술사를 한눈에 조망하고, 미술의 시대적 특성과 발전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스위스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지에 전시회 평론을 기고하고 있는 자유저술가 수잔나 파르취가 쓴 '당신의 미술관'(전 2권·현암사 펴냄). 동굴벽화에서부터 거리벽화까지 서양미술사를 알기 쉽게 정리한 서양미술사 입문서다. 인류의 미술 변천사를 각 시대별로 나눠진 방에 들어가 감상하도록 꾸민 이 책은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과 조각상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굴이나 무덤, 신전, 교회에 들어가 그 시대 최고의 걸작 미술품들을 마주 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6개의 전시실과 230여점의 회화, 조각, 건축물은 기원전 3만년경부터 오늘에 이르는 미술사에 대한 조감도를 제공한다.

제1권은 최초의 동굴벽화부터 수메르와 바빌론 미술, 이집트와 그리스·로마의 미술, 초기 기독교미술과 비잔틴 제국, 이슬람과 유럽 중세미술까지 다뤘다. 2권의 내용은 르네상스부터 현대 미술까지다. 기증화와 미술가의 자화상,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고전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비구상 미술,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소개한다.

각 시대 미술을 보는 저자의 시각은 독특하다. 갖가지 예술형식에 대한 안내 뿐아니라 그 시대와 예술가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예술가와 작품 의뢰인의 관계와 그 관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알게 해준다. 또 종교와 정치, 사회가 미술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분석해낸다. 이밖에 예술작품의 탄생 배경과 거대한 대리석이 어떻게 그리스 신전으로 옮겨졌고, 어떤 작업과정을 거쳤는지, 왜 로마에는 그리스 조각상을 본뜬 모조상이 많은지,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둥근 천장에 어떻게 원근법을 제대로 옮겨 놓았는지 등 흥미로운 문제도 이해하기 쉽게 해설했다.

이 책은 단순히 사건을 나열한 연대기식 기술도 아니고, 현학적이지도 않다. 엉성한 추측이나 가설적 에세이를 풀어놓지도 않는다. 전문적인 내용을 객관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통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풀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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