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취임1돌 평가

입력 1999-08-31 14:55:00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30일 "지난 1년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에 모든 힘을 쏟느라 국정 경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면서 "실로 가시밭길 같은 1년"이라고 회고했다.

패배한 대선 후보에서 다시 거대 야당 총재의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한 그는 취임 다음날 터진 '세풍사건'으로 지금까지 곤욕을 치루고 있다. 또 한나라당의 의석 수도 여권의 '야대(野大) 무너뜨리기 공세'로 150석에서 134석으로 줄었다.

3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총재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여권의 끊임없는 공세에 맞서 유일 야당의 울타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부터 여권의 잇단 국정실패에 따른 반대급부만 챙겼을 뿐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혹평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우선 민정계와 민주계 등 다양한 세력이 혼재해 있는 복잡한 당내 역학구도에도 불구하고 분열되지 않고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이총재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지난 1년은 측근 인사들이 세풍사건 등에 연루돼 있는 바람에 투쟁일변도의 대여투쟁 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대선전 부터 지적돼 온 이총재의 포용력 부족은 여전히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면서 비주류세력을 겉돌게 하고 있다.

이총재 측은 "지금까지는 정치 초년생인 총재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1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홀로서기" 라고 말했다. 리더십에 대해서도 "이제는 3김과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력이 아니라 합리적인 민주적 지도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주류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총재 측은 30일 천안 연수원에서 개최한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 연찬회를 '총재 취임 1주년 기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총재가 '제2의 창당'과 '21세기 밀레니엄 정치'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은 이총재의 정치생명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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