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2일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약칭 재외동포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법에는 재외동포란 무엇이냐, 그들의 '출입국'에 관한 것, 한국에서 누릴 '법적 지위'에 관한 것 등이 규정되어 있다. 우선 국제화 시대를 맞아 또 바야흐로 다국적시대로 이행해 가는 가운데 재외동포에 대하여 내국인과 거의 동등한 출입국과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필자가 평소에 주장하던 것이 관철된 것 같아 반갑다.
그런데 여기의 재외동포는 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졌던 사람이다. 그의 직계비속(자손)으로 다른 나라의 영주권을 가진 '재외국민'과 외국국적을 보유한 '외국국적동포'로 한정하였다(법률 제2조). 그러면 미국에 살던 서재필과 안창호의 지손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바 없으므로 해당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홍범도· 이동휘· 계봉우· 양세봉· 김동삼 등의 자손은 재외동포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한정하였으므로 대한제국(1897~1910)정부가 추진하여 1903년부터 하와이· 멕시코로 이민한 동포와 그들의 자손 수만명, 역시 구한말과 1910년 대한제국의 멸망과 더불어, 또 3· 1운동과 더불어 만주나 러시아로 대거 망명한 동포와 그 자손 250만명, 그리고 식민지시기에 징용과 여자정신대로 끌려갔다가 일본에 살고 있는 동포와 그 자손 70만명은 재외동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재일동포'라는 용어는 왜 쓰고 있는가?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카자흐나 우즈베크에 사는 동포는 버린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그 많은 재외동포를 버리면서 '재외동포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동포 범주에서 버리고 있는 그들은 경제적 능력이 빈약한 반면에 대한민국이 수립된 뒤에 이민한 동포는 경제능력이 뛰어나 모국(한국)에 투자할 가능성이 많다는 경제적 타산이 이유라는 말이 있다. 가소롭기 짝이 없다. 대한제국기의 망명동포 가운데는 훌륭한 2세, 3세가 많다. 아니라고 해도 긴 눈으로 보아라. 그들이야 말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면서도 모국을 잊지 않고 있으므로 민족적으로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나라가 망한 까닭에 망명한 동포들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찾아 제일 먼저 감싸야할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그들인 것이다. 그들을 버리고 무엇때문에 '재외동포법'을 만들었는가? 그리고 해방후 북한에서 살다가 망명한 동포는 어디에 의지하란 말인가? 미아(迷兒)란 말인가? 또 하나의 분단논리를 만들고 있다.
당초에는 혈통주의에 따라 그들을 포함했는데 세계추세가 국적주의이고, 또 혈통주의로 중국 조선족까지 포함했더니 중국정부가 이의를 제기하여 국적주의로 바꾸었다고 했다(법안 심사보고서). 그러나 혈통주의를 채택한 나라가 있으므로 교섭나름으로 마찰을 피할 수도 있다. 또 국적주의라고 해도 모든 해외동포를 포함할 방도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 타산도 시행령으로 조절하면 된다.
그 방도를 이야기하겠다. 법률 제2조에 규정한 '재외국민'이니 '외국국적 동포'를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제국'국적을 보유했던 사람으로 규정하면 해결된다. 대한제국 국적서류는 거의 망실했으므로 〈① 대한제국의 민적(民籍)이 있으면 좋고, 없다면 ② 대한민국 국적자와 ③ 북한 국적자는 대한제국 국적자와 동일하게 인정하고, 그외는 ④ 국적심사위원회의 심의에서 인정한 사람〉으로 규정하면 된다. 뒤이어 시행령에서 국적심사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세칙을 마련하면 된다.중국 조선족 문제는 '현재 국적국가(중국)의 의사에 반하는 사항은 모국(한국)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라는 식의 규정을 둠으로써 외교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중국 조선족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재외민족이 많은 중국이 이해하지 못할 턱이 없다. 공들이여, 정신 좀 차리라.
조동걸-국민대 명예교수·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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