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벤처도시로 탈바꿈하려면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그리고 이를 추진할 주체, 즉 테크노파크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대구테크노파크는 대학간 이기주의라는 족쇄가 채워져 한걸음도 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든 것은 지난 24일 대구시장과 경북대, 계명대, 영진전문대 총·학장 등 대구테크노파크 이사진과 실무자들의 회동이었다.이날 회의에서 대학들은 나눠먹기식 사업배분 요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촌각을 다투는 첨단전쟁에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참여 대학들이 뒤늦은 각성을 한 것이다.
대구테크노파크의 내부정비가 대강이나마 이뤄진만큼 이제는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가 그동안 배출한 정보통신 전문인력 1만2천여명 중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은 5%도 채 안된다. 연구개발 없이 단순 제조 위주의 경제성장에 의존한 탓에 유능한 인력들을 타지역에 뺏기고 만 것이다. 일부에서는 '2류만이 남아있는 2류 도시'라는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 토박이 벤처들조차 기업 기반이 다져지고 나면 서울로 옮겨갈 궁리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구테크노파크는 올해 안에 서울 강남에 창업보육센터 서울분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수도권 진출을 원하는 지역 벤처들의 전초기지인 동시에 서울에서 활동 중인 지역 출신 벤처들을 흡수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300여평 규모로 10개 이상의 지역 출신 벤처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공격적인 'U-턴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지역에 테크노빌딩을 비롯한 충분한 벤처 보육 기반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대구시가 신천변을 따라 제3공단에 이르는 벤처타운을 조성키로 한 것도 인프라 구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벤처타운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5~10년이 소요되는 장기적 계획이다. 외국의 유명 벤처단지들은 30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진 투자의 산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시간 여유가 없다. 벤처 보육과 인프라 구축을 병행해야 한다. 미비한 기반을 보완하려면 최선의 보육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무실과 컴퓨터만으로 벤처가 육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시설과 장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먼지가 쌓인채 방치돼 있는 대학내 고가 장비들을 한 곳에 모아 '테크노 숍'을 만들어야 한다. 벤처기업들에게 대당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첨단 장비들은 '그림의 떡'이다. 당초 대학이 주도하는 테크노파크를 도입한 까닭도 이같은 대학내 시설과 장비를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였다.
또 옛 대동은행 본점 건물을 인수해 '테크노마트'를 조성해야 한다. 기술개발을 마친 벤처들이 장사하기 위해 서울로 떠나버리는 '벤처 공동(空洞)화'를 막기 위해서다.
2009년 벤처기업 1만개를 보육해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달성하자는 벤처도시의 꿈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수십여개의 대학내 벤처동아리들이 스타벤처를 꿈꾸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첨단기술이 없으면 결국 빈곤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첨단이 살아숨쉬는 도시, 세계 기술이 모여드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지자체와 대학, 시민이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 벤처신화는 그 속에서 싹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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