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우감독의 '거짓말'이 또다시 표현 한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 '거짓말'은 성기노출만 40여분이 된다. 그러나 일일이 모자이크를 덧씌워 노출되지 않게 배려(?)했다. 주연을 맡은 신세대 패션모델 김태연(22)은 "모자이크를 처리해도 관객들은 안에 뭐가 있는지 다 알잖아요"라며 굳이 그래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서 성기노출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서릿발 같던 것이 한때 풀린 적이 있다. 80년대 중반 '줄리아'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개인교수''엠마뉴엘'등 성감을 자극하는 일련의 영화들로 이름 높던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 한 소녀의 첫 경험에 초점을 맞춘 에로영화였다.
'줄리아'는 한국에 개봉된 실비아 크리스텔 영화 중 유일하게 성기가 노출되는 영화다. 실수로 언뜻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드러내 놓는다.
당시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검열이 완화된 때문이다. 이 당시 '줄리아'와 유사한 3류 에로물이 여러 편 들어왔고 관객들은 유례없는 볼거리로 어리둥절해 했다.
공식적으로 성기노출을 허용한 영화가 닐 조던감독의 '크라잉 게임'(93년). 여장남자 제이 데이비슨이 남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바지를 내리는 장면이다. 당시 공륜은 "성감을 자극하지 않고 또 영화의 흐름상 꼭 필요했기 때문에 자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성기가 노출된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에로영화가 아닌 사회성 짙은 영화에서도 성기노출은 엄격히 금기시됐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관객의 볼 권리가 보호돼야 한다"며 "자꾸 시끄럽게 해서라도 제도가 바뀌기를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3류 저질영화에 무뎌졌던 '가위질'이 이제 수작영화에 칼날을 세우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식 한국영화의 현실이 씁쓸하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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