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화재관리 너무 허술하다

입력 1999-08-28 14:17:00

문화재를 너무 소홀히 취급하고 있다. 훼손을 눈앞에 두고도 당국은 예산 타령에다 손부족으로 뒷짐만 지고있다. 여기다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아까운 매장문화재들이 사라져 가고 도굴꾼들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린다. 관광을 핑계로 문화재 주변은 놀이장화 되고 도난당한 유물들은 돌아 올 줄 모른다. 문화재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수중왕릉인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문무대왕릉 바로 코앞에 모터보트장이 들어섰다. 이 일대를 굉음을 내며 달리는 모터보트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화가 치미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들의 선조 무덤옆에 오토바이 경기장이 들어선다면 좋아할 자손이 있을턱이 없다.

아직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숯덩이 처럼 검게 그을린채 방치되고 있는 경주남산. 노천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지난해 수해로 석축 일부가 무너지고 토사가 쌓인 경주 포석정도 배수로 고치면서 땅 깎고 원형을 변경시켜 버렸다. 아무런 발굴 등 사전 조사 없이 편리한 대로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사찰문화재의 도난은 가히 도를 넘었다. 불교문화재단이 지난 8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조사한 도난 불교문화재는 모두 316건에 453점. 대부분이 비지정 문화재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것 하나 귀중하지 않은것이 없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끄럽게도 경북지역이 111건으로 30%에 육박한다. 그렇지만 도난에 대비한 안전 장치는 아직도 원시 수준이다. 오죽하면 사찰에서 도둑때문에 개를 키울 정도인가.

더 분개케 하는것은 문화재의 방치다. 경북지역의 경우 국보 19호인 영주 부석사 조사당이 왼쪽으로 기울었고 가장 오래된 건물을 지닌 안동 봉정사의 대웅전(보물 55호) 뒤쪽 대들보가 흰개미의 공격으로 절반 가량 파먹어 들어갔고 비까지 샌다. 지난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곳을 찾았을 때 비닐천막 덮인 대웅전을 보여준 셈이었다.

국보14호인 영천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 내부는 습기로 표면이 늘 축축히 젖어있다. 불단 왼쪽 기둥도 두드려 보면 안이 비어있어 흰개미에게 파먹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한 조사팀은 밝히고 있다. 이 조사팀은 이대로 방치할 경우 탱화까지 흰개미가 갉아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당국은 아직 대책이 없다.최근 밝혀진 사실이지만 신라시대 금동관이 미국 나들이 길에 미국측의 취급부주의로 파손됐다. 당국은 이를 1년여 동안이나 쉬쉬해 왔다고 한다. 오늘의 문화재관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그러고도 사과는 커녕 배상조차 받지 못했다니 한심한 일이다. 문화재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보존책이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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