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다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의 일부이다. 타인의 재산이 불의한 것이라고 하여 이를 빼앗아 인류의 선을 위해서 쓴다고 정당화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논거를 들어 논술하라.
"지금까지 한 말은 물론 농담이라고 해 두지. 자네한테 한 가지 진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네. 만약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하지. 무지하고 심술궂고 병든 노파가 있어.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고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되는, 자기 자신도 무엇 때문에 사는지 모르는, 더구나 내일이라도 죽어 갈 노파가 있다, 이 말이야. 알아듣겠나?"
"응, 알아듣고 말고"
열띤 친구를 찬찬히 바라보며 장교는 대답했다.
"자, 그 다음을 들어보게. 다른 한편에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는 이유로 힘없이 좌절하는 젊고 싱싱한 힘이 있어. 도처에 많지. 이런 사람들은 말이야 수도원에 기부하기로 한 그 노파의 돈만 있다면 백 가지 아니 천 가지의 거룩한 사업을 성취할 수 있단 말이야. 빈곤과 부패, 타락, 파멸의 소용돌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거야-노파를 죽여서 그 돈을 빼앗는다. 그것은 후에 그 돈으로 전 인류를 위해 봉사한다는 조건으로 말이야. 어때, 하나의 사소한 범죄는, 수천의 좋은 일로 봉사될 수는 없을까? 단 한사람의 희생이 수천의 생명을 타락과 부패 속에서 소생시켜 준단 말이야. 하나의 죽음이 백의 생명으로 바뀌어진다-지극히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저 간악한 폐병장이 노파의 목숨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한낱 풀벌레에 지나지 않지. 그것도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는 이나 벼룩 같은 귀찮은 벌레 말이야! 그 노파는 해충처럼 타인의 생명을 좀먹고 있어. 요전번에도 홧김에 리자베따의 손가락을 물어뜯어 하마터면 손가락이 잘릴 뻔했지"
"그렇다면 결코 살아 있을 가치도 없는 인간이지.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인간의 법칙 아닌가"
하고 장교가 응수를 했다.
"여보게 인간은 자연을 무한히 고쳐 나가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가고 있잖아. 그것이 없다면 영영 편견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어. 그렇지 않게 된다면 영웅이나 위정자 같은 고결한 인물이 나오지 못할 거야. 사람들은 흔히 양심이니 의무니 하지만-구태여 그런 것을 따지려 하는 것은 아니지만-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잠깐 자네한테 또 하나의 문제를 내야겠네. 들어보게나"
"아니, 잠깐만 내가 먼저 자네한테 꼭 물어야 할 게 있어. 좋겠나?"
"좋아"
"자네는 지금껏 열변을 토했는데, 그렇다면 어떤가, 자네가 그 노파를 직접 죽일 수 있겠나? 자네 손으로 말이야"
"물론 그럴 수는 없지. 나는 그저 사회 정의를 대변하는 것뿐이야. 그것은 내가 상관할 성질의 것은 못되지"
"그렇게 된다면 모순이 되잖나. 내 생각으로는 말이야, 자네가 그 일을 스스로 결행하지 않는 이상 정의고 뭐고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봐. 이제 입씨름은 그만두고 가서 한 게임 더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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